겉으로 드러나는 유전적 질환이 없는 매우 건강한 사람이라도 실제로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 평균 400개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전적 결함은 비록 자기 대에서 병으로 발현되지 않더라도, 세대를 거듭하면서 각종 유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 방송은 인간 유전체(게놈)를 연구하는 영국 연구팀이 건강한 사람 179명의 게놈을 분석한 연구 논문을 유전자 분야 권위 잡지인 미국 인간유전학저널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의 집합체를 말한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 179명에게서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DNA 변이가 평균 400개, 직접적으로 병과 관련이 있는 DNA 상태변화가 평균 2개 발견됐다. 모든 인간이 저마다 DNA에 결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정확한 규모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건강한 사람은 DNA 결함이 있어도 대개 평생 문제가 없지만 그 후손은 유전 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특히 한 쪽 부모가 가진 DNA 결함이 다른 쪽 부모의 DNA 결함과 짝이 맞춰지면 자식이 유전병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 DNA 결함의 10%는 나이가 들수록 암이나 심장질환 등에 영향을 주는 등 자신에게도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쿠퍼 카디프대 교수는 “완벽한 순서를 지닌 인간 게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간의 게놈에는 구조적으로 결함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 책임자 크리스 타일러 스미스 박사는 인간이 자신의 DNA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아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유전적 결함이 있지만 해로운 유전 변이가 어떤 이유 때문인지 병으로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며 “어떤 이에게는 유전 결함을 미리 아는 게 그저 불쾌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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