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을 들이받았다. 중국은 중국인 선장을 구속한 일본의 조치에 항의해 일본 하이테크 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 수출의 중단으로 맞섰고 그 결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90%를 갖고 있는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외교적 승리를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전세는 불과 2년 만에 역전됐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공장은 요즘 생산 중단에 내몰리고 있고 희토류 관련 기업의 주가도 최근 3개월 만에 30% 이상 빠졌다. 희토류 주요 수입국인 일본, 유럽, 한국 등이 미국, 캐나다, 인도, 베트남 등 새 공급원을 찾아나서는 등 탈중국을 꾸준히 진행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였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인터넷판은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한 국가가 특정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그 여파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10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나나 수입 전쟁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하는 필리핀의 바나나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처분이 곤란해진 필리핀산 바나나가 중국 대신 일본으로 들어가 싼 값에 판매되는 반면 중국에는 남부지역 하이난(海南)도의 질 낮은 바나나가 공급돼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원을 무기화했다가 역효과를 본 사례는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는 이스라엘과 동맹국인 미국, 네덜란드 등에 석유 공급을 전면 금지하고 이스라엘 우방국에는 석유 공급을 줄이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각국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사용량을 늘리고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쳐 석유 소비를 줄였다. 반면 아랍의 산유국들은 원유 가격이 상승하자 앞다퉈 석유 증산에 나섰고 결국 1986년 유가 폭락으로 이어지는 역오일쇼크를 경험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미국 행정부도 정치적인 이유로 콩 수출을 제한했다가 중국과 브라질에 콩 수출국의 지위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 수요는 한번 줄어들면 다시 늘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중국의 희토류 수요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최근 영토 분쟁이 가속화하면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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