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서민고객에게 돌아가는 각종 혜택을 마구잡이로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거액자산가 등 부유층이 쓰는 VVIP카드의 혜택은 계속 유지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난이 무성하다. VVIP카드는 무료항공권 제공 등 각종 혜택이 많아 카드사들이 손실을 보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결국 부유층 카드의 적자분을 서민고객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ㆍ현대ㆍ롯데ㆍ하나SKㆍ비씨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연회비를 올리거나 일반 카드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9월 '삼성카드7+가족카드'의 연회비를 2만원에서 3만원으로 1만원이나 올렸다. 부가서비스는 하나도 추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회비만 올린 것이다. 국민카드도 내년 3월부터 아파트 관리비 등을 최대 1만원 할인 받기 위한 조건을 카드사용 3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대폭 인상한다. 또 신한ㆍ삼성ㆍ현대ㆍ외환ㆍ롯데ㆍ하나SK카드는 내년 3월부터 홈플러스의 패밀리 포인트 적립률을 기존 0.5%에서 0.45%로, 국민카드는 1.0%에서 0.95%로 낮추기로 했다.
반면 연회비 100만원 이상인 VVIP카드의 부가 혜택은 줄이지 않고 있다. 이는 8월 금융당국이 수익성을 이유로 카드사들한테 VVIP카드 혜택 축소를 권고했던 것과도 배치된다. 논란이 되자 "금감원에 VVIP카드 혜택 축소 승인을 요청했다"(신한)거나 "서비스 축소를 검토 중"(삼성, 하나SK)이라는 반응을 보인 곳도 있지만, 현대ㆍ롯데카드는 "줄일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VVIP 고객의 월 사용금액은 1,000만원 안팎으로 일반 카드의 10배 이상인 반면, 연체율은 1%가 안 된다"며 "부유층 고객은 장기적으로 볼 때 카드사 매출을 책임지는 일동공신"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출시된 VVIP카드는 현대카드 '더 블랙', 삼성카드 '라움', 롯데카드 '인피니트', 국민카드 '테제', 하나SK카드 '클럽원', 신한카드 '프리미어' 등이다. 주 고객층은 보유자산 30억원 이상, 연매출 1,000만원 이상 기업의 CEO, 대형병원 원장 등이다. 이들은 연회비 200만원을 내면 무료 비즈니스석 항공권, 특1급 호텔 객실 할인권 등을 포함해 최대 1,000만원 이상의 혜택을 누린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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