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내년에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은 10곳 중 1곳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부진으로 내년에도 실물경기회복은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9일 한국일보가 국내 15대 그룹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보다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단 1곳(6.7%)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8곳(53.3%)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줄이겠다는 기업이 3곳(20%), 새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까지 아직 투자규모를 확정 짓지 못했다는 기업도 3곳이나 됐다.
투자부진의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 모든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상황'을 꼽았다. 이밖에 ▦자금여력부족 33.4% ▦대통령선거결과에 따른 정책방향의 불확실성 26.7%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등 반기업적 분위기 13.3%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부진의 가장 큰 이유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야기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인 만큼, 투자재개를 위한 선결요건(복수응답)도 글로벌 불안요소의 해소(93.3%)를 꼽았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노력이 필요하다'(26.7%) ▦'경제민주화 등 기업규제 분위기가 완화되어야 한다'(20%)는 의견도 적지 않아, 최근의 반기업 정서에 대한 불편한 의중이 드러났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성장률은 제로 수준(0.1%)까지 떨어졌는데, 기업들의 설비투자부진(-4.8%)이 성장률을 가장 크게 잠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성장률회복을 위해선 투자재개가 절실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이렇듯 떨어져 있어 경기회복시기 또한 크게 늦춰질 전망이다. 실제로 경기회복시점을 묻는 질문에 53.3%는 내년 하반기, 33.4%는 2014년 이후라고 답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 회복될 것이란 응답은 13.3%에 불과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현재로선 설비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흐름과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투자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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