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모자 하나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니…."
현대상선 회계팀 사원 구은정(29)씨는 회사가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이 많다. 봉사활동은 털실로 작은 모자를 뜨는 단순 작업. 으레 복지시설의 불우 아동들에게 기증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뜻밖에도 자신이 만든 모자가 바다 건너 아프리카 대륙의 헐벗은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사랑이 듬뿍 담긴 털모자의 온기가 전해져 아프리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윤리경영팀은 올해 초부터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란 다소 이색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국제 아동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손잡고 빈곤 국가들의 영ㆍ유아에게 털모자를 보내는 구호 활동이다. 날씨가 더운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에서 털모자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법도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신생아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때문에 털로 만든 작은 모자가 캥거루의 배 주머니처럼 아기의 체온을 보호하고 유지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신생아 사망률을 7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에서 뜨개질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점심 때나 일과 후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사무실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기다란 뜨개바늘을 놀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재무팀 김준영(34) 대리는 "남자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지난달부터 뜨개질 키트를 받아 열심히 털모자를 짜고 있다" 며 "생명을 구하는 뜨개질이라는 생각에 손 품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80여명의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모자들은 이달 말 잠비아와 방글라데시로 보내져 수많은 어린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이처럼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꼭 필요한 '작은 봉사'에 힘을 모으고 있다. 회사 여직원 170명으로 구성된 '수평선회'는 매년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바자회를 열고 있다. 임직원들이 모은 의류 신발 가방 주방용품 장난감 도서 등 온갖 재활용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은 복지시설에 전액 기증한다. 매 월말에는 회비를 모아 아름다운 재단, 장애인 종합 복지관 등에 정기후원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과 부산 등 사업장이 있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밥퍼' 급식봉사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에서는 직원들이 컨테이너, 벌크 등 사업 부문별로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정기적으로 찾아 소외 이웃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해운업의 특성을 살린 봉사활동도 현대상선의 자랑이다.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어린이 상선 체험학교'는 바다를 접하기 힘든 내륙지역 저소득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추억과 바다의 꿈을 심어주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 8월에는 서울 지역센터의 어린이 15명이 부산에 정박 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콜롬보'호에 승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현대상선은 숲가꾸기 및 폐휴대폰 수거 운동을 통해 환경기업 이미지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임직원과 가족들이 서울 성수동 서울숲 내에 '향기정원'을 조성했다. 시각장애인들도 향기를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현대상선은 서울숲 자연 보호 활동에 전사적으로 참여한 결과, 서울시가 주최한 '숲사랑나눔' 행사에서 기업ㆍ단체 부문 대상과 최대시간상(1,491시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9년에는 565개의 폐휴대폰을 수거해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로부터 '수거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표방하는 '신뢰'의 조직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 경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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