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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아이들의 마음, 노랫말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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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아이들의 마음, 노랫말이 되다

입력
2012.12.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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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나의 소중한 엄마 아빠 늘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고, 부끄러움이 많아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이제서야 용기 내어 말하고 싶어요….”

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이갤러리 공연장. 150여명 관중이 입맞춰 부른 노래 ‘사랑해요, 부끄러워 하지 못한 말’이 울려퍼졌다. 사회복지단체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공부방 백일장인 글그림잔치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토크 콘서트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의 마지막 곡이었다.

청중 가운데 누구보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노래하는 소녀는 이 곡의 노랫말을 쓴 이다슬(17)양이다. 이양은 “6년 전인 초등학교 4학년 때 썼던 글짓기가 노래가 되다니 신기하고 가슴이 먹먹하다”며 “엄마 아빠에게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담은 글”이라고 말했다.

콘서트에서 울려 퍼진 7곡은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운영 중인 전국 500여개 공부방 학생들이 쓴 글들이다. 음악인 자원봉사모임 ‘씽씽공장’이 곡을 붙였다. 공부방 아이들은 가사에서 “오늘 따라 엄마가 보고싶다/오늘따라 유난히도/내 친한 친구가 나보고 엄마가 없다며 놀려댔다”(엄마가 보고싶다)며 엄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드러냈고, “내 동생 내 동생 걷지 못해도/내 마음 속에 항상 일어서 있다네”(거북이 내 동생)라며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콘서트는 지난 20년간 사회의 눈부신 발전에도 빈곤 가정 자녀들이 모인 공부방은 늘 제자리에 있음을 농축적으로 보여주었다. 경기 부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 중인 지부예 센터장은 “20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신월동 공부방에서 청소년기를 지내고 작년 공부방의 교사가 된 한유리씨는 “노랫말 하나하나가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해 공연 내내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소중한 추억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공부방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해 결국 돌아와 교사가 됐다”면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다짐했다.

20년 간 아이들이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은 기념모음집 와 기념 음반 ‘사랑해요, 부끄러워하지 못한 말’로 만들어졌다. 도서출판 규장과 개그우먼 송은이씨 등의 재능기부를 받았다. 이경림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는 “아이들이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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