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스마트 학생복' 사업을 협력중소업체 컨소시엄인 스마트F&D에 양도했다. 스마트 학생복 브랜드는 국내 학생복 시장 점유율 약 20%, 연간 800억원의 수입을 내온 부문이다. SK그룹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그룹 모태(母胎)인 선경직물이 1970년부터 영위해온 사업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상징성을 갖는다. SK네트웍스는 "교복 사업은 중소기업에 더 적합하다는 여론과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 이래 새 출발을 다지기 위해 사활을 건 쇄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이래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적기업 육성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엔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영향력을 줄이고 계열사 이사회에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비롯한 경영 의사결정권을 대폭 넘겨 그룹 운영체계를 바꾸는 '따로 또 같이 3.0'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룹 운영체계 개혁과 사회책임 활동 강화 등 SK그룹의 최근 행보는 어찌 보면 재벌 CEO체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어적 개혁에 불과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저런 타산을 접고 어쨌든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재벌시스템 개선과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SK그룹의 변혁 시도는 결국 공정경제 실현을 바라는 '공공의 힘'이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가 협력 중소기업의 IT기술을 탈취해 지탄을 받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의 횡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모 재벌 건설사는 하도급 업체의 토목공사 대금을 후려쳤고, 한 보험사는 협력 서비스업체의 사업자산을 가로채려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가 업종 구분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과 대기업 불공정 행위 엄단을 공약하고 있는 만큼 재벌기업들도 이젠 스스로 공정경제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때다. SK그룹은 어쨌든 작지만 그 첫발을 내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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