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인 대통령 선거 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에 대한 '투표권 보장'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선거일인 19일 직원들이 투표소에 갈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영업시간을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 기업들은 주저하고 있다.
가장 타깃이 되는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들. 일반 직장들은 대부분 문을 닫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손님이 몰리는 공휴일이기 때문에 대부분 정상근무를 한다.
이와 관련,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은 9~10일 서울 시내에서 '유통직 판매 노동자 투표권 보장 촉구 집회'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선거일에 임시 휴점을 하거나 적어도 영업시간을 줄여 판매대 직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업무시간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전 10시 반에 문을 여는데 직원들은 보통 1시간 전쯤 출근한다"면서 "아침에 투표하고 오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역시 3교대로 운영하고 있어 투표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세계백화점만 이번 선거날 처음으로 직영 사원에 한해 출근시간 자율제를 도입한다. 파견사원의 경우 협력사 측에 교대근무제 도입 등을 권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산업노조연맹 소속 노조원 등이 건설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가졌다. 건설현장은 통상 공정에 따라 휴일에도 근무를 한다. 노조원들은 "건설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특수고용직이나, 투표를 하려면 그날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는 일용직노동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며 기업의 투표권 보장 및 선거일의 유급 휴일지정을 호소했다.
반면 사무직 위주 기업들은 대부분 선거일 휴무를 실시한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사무직뿐 아니라 공장도 휴무를 실시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등 가동을 중단하면 안 되는 공장만 3교대로 근무하고, 중단이 가능한 가전 조립공장 등은 휴무를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건설 현장, 개인병원 등의 경우 휴무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시직과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투표권 행사가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에선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직원들의 선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퇴근을 요구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고가 잇따랐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각에선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각 후보측 입장 차가 커 이번 대선에선 불가능해진 상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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