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바지에 여야의 정치개혁 공약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정치쇄신 특위(위원장 안대희)는 어제 박근혜 후보가 집권할 경우 대통령 산하에 국정쇄신정책회의(가칭)를 설치해 박 후보의 정치쇄신 공약은 물론이고 야당과 무소속 후보 등의 의견까지 수렴해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이 의장인 이 기구는 장관급 정부 정책담당자와 함께 계층과 세대, 이념과 지역별 시민대표, 야당추천 인사 등을 3분의 1이상 포함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어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대통합 내각'을 구성해 '시민의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과 계층, 이념을 극복한 통합정당으로서의 '국민정당'을 건설하고, 이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가 거의 동시에 밝힌 약속은 듣기 좋고 때깔도 번지르르하다. 그러나 후보 자신들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국민에게 선물을 주듯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다. 다수 국민의 오랜 요구인 정치 개혁ㆍ쇄신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의문인 반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선거 영향력을 차단하거나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만 두드러진다. 여야가 서로 상대의 다짐에 대해 "권력 나눠먹기"니 "급조된 하자보수 계획"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여당의 '국정쇄신정책회의'가 그 동안 밝혀온 통합과 혁신의 정치와, 또 야당의 '국민정당'이 과거 집권 이후의 신당 이행과 어떻게 다른지 아리송하다.
정치개혁 공약의 인기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나 선거가 다가올수록 커져야 할 정책과 공약의 구체성을 흐리는, 원론적 수준의 정치개혁 약속은 공허하다. 대통령 마음먹기에 달린 '통치행위'의 완급 조절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객관화한 정치개혁을 국민은 원하고 있다. 정당의 민주적 운영,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국회, 기득권의 축소, 정치과정의 예측가능성 제고, 권력형 부정ㆍ부패의 근절 등 진정한 정치개혁은 대부분 헌법과 법률을 다듬어야 가능하다. 때아닌 정치개혁 공방이 이제 겨우 고개를 든 정책대결의 싹만 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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