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으로 선고를 지켜보던 피해자의 아버지 박창옥(58)씨는 선고 직후 "(법원이) 진실을 밝혀줘 고맙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다"는 말로 그 동안의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박씨는 특히 지난 7월 대법원이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을 당시를 기억하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져 있었다는 그는 "다시 처음부터 재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법원의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며 "진실이 묻히고 사건이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걱정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이날 법원의 판결을 '그래도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형량에 대한 질문에 그는 "20년이든 무기징역이든 관계 없다. 딸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었다는 걸 법원이 인정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박씨는 오히려 "아비로서 딸을 먼저 보낸 괴로움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살아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진실이 밝혀지고, 딸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지만 이날의 재판 결과는 향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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