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나라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민의 선택이 국운을 결정할 것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5년간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들어왔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선거는 그만큼 중요하다. 더구나 선거의 영향과 그 의미는 참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크고 깊다. 그런 때문이리라.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각 후보 진영의 전의는 더욱 뜨거워지고 숨결은 더욱 거칠어진다. 생사가 걸린 듯 비장한 각오들이다. 반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은 실제 적보다 적대적이다. 상대 후보는 마치 악의 축인 것처럼 몰아 부치며 함께 살 수 없는 것처럼 막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기억해야 한다. 선거는 끝이 아니다. 선거는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상대 후보와 진영은 적이 아니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국민이란 넓은 의미에서 한 가족이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월드컵 때마다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지 않았는가. 올림픽 메달이 선수들 목에 걸리고 태극기가 시상대에 오를 때마다 함께 눈시울을 적시지 않았는가. 삼성이나 현대가와 아무 상관도 없지만 스마트폰과 자동차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 내심 뿌듯하지 않은가. 싸이가 누군지도 잘 몰랐지만 유튜브 조회수가 신기록을 세우도록 무심결에 응원하지 않는가. 왜 그렇게 공감하는가.
그래서 우리는 이순간 선거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선거를 승자와 패자의 프레임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승패를 넘어선 국민통합의 프레임에서 볼 것인가. 어떤 시각과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승패의 관점에서 보면 패자에게는 낙심과 우울과 분노의 5년이며, 승자와의 질시와 반목, 갈등과 투쟁의 시간이다. 박빙의 승패일수록 더할 것이다. 그러나 승패를 넘어선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본다면 선거는 또 한 차례 카타르시스의 제전이다. 국민 모두가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고 서로의 차이를 확인했다. 생각은 그만큼 다르고 가치관은 좁히기 어려울 만큼 간격이 넓다. 어쩔 것인가. 존중하고 배려하고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외에 달리 무슨 방도가 있는가.
그래서 선거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일이 아니다. 승자라고 해야 역사의 겉장을 쓸 뿐이다. 패자처럼 비치지만 계속해서 역사의 속살을 채워간다. 문제는 상반되는 관점을 선거 후에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 대화하고 존중하고 인내하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부부가 평생을 살아도 대화가 없으면 한 집에 살아도 남남이나 다를 바 없다. 지구 반대편에 살아도 날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각을 주고 받으면 친밀감은 남다르다. 대화는 어느 날 해보자고 시작되지 않는다. 부부간의 대화도 그렇고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도 그렇다. 별일 없이 마주앉아 별일 아닌 것들을 얘기하는 시간이 없다면 심각한 대화는 자칫 단번에 파경을 부른다.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대화는 언제나 독백이다. 참 대화는 언제나 인정과 배려이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선거 기간에 후보들과 유권자 모두가 자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상대 후보는 결코 적이 아니다. 최소한 마키아벨리의 한마디라도 기억해야 한다. 정치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후보들이 적도 친구도 아니라면 최소한의 예절과 신뢰라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거 후에도 얼굴을 맞대고 같이 살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에게는 권력과 정치가 전부가 아니다. 일상의 삶이 늘 버거울 뿐이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대통령 선거 그 자체와 후보들의 당락보다 선거 후의 안정과 연합이 더 큰 관심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적어도 스포츠 선수들이 안겨주는 기쁨의 반의 반이라도 국민에게 안겨줄 수만 있다면 한국은 정치까지도 한류 수출에 힘을 더할 것이다.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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