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혼자 살아온 3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지 7개월 만에 발견됐다. 집 전화기는 물론 핸드폰도 없이,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온 이 여성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0시쯤 영도구의 한 단독주택 2층 안방에서 A(33∙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A씨의 새 어머니 B(57)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잠옷을 입은 채 반듯이 누워 있었고,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수도와 전기는 지난 5월부터 사용료 미납으로 모두 끊겨 있었다. 집안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나 상처 등 타살을 의심할 만한 단서는 물론 유서나 자살을 의심케 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며 "부검의의 소견과 A씨의 노트북 접속 기록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7개월 전쯤'아사(餓死: 굶어 죽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과연 A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 까. 부산의 모 사립대를 졸업한 A씨는 1년간 유학을 다녀온 후 잠시 한 중소 IT업체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2009년 친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한 뒤 아버지(59)가 B씨와 재혼, 경남 김해에서 살게 되자 이들과 떨어져 친 어머니와 살던 부산 집에서 혼자 살아왔다. 아버지가 재혼 전부터 B씨와 동거를 하면서, AㆍB씨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예전부터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심해 가족들과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며 "유학을 다녀온 뒤 대인기피증이 더 심해져 주변에 친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가족들이 A씨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해 7월쯤. 외항선원인 A씨의 아버지가 잠시 귀국했을 당시 경남 거제에 사는 A씨 여동생(32)과 B씨 등 3명이 A씨의 집을 방문했던 게 이들 가족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A씨는 집에 전화기는 물론 휴대폰조차 없어 가족들이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뿐이었다. B씨는 경찰에서 "지난 여름에도 집에 들렀지만 문이 잠긴 채 반응이 없어 외출한 줄 알았다"며 "이번에는 걱정된 마음에 창문을 열어 방 안을 들여다 보니 발이 보여서 열쇠 업자를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부패 상태가 심해 부검을 해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어렵고 범죄 혐의점이 없어 최대한 빨리 장례 절차를 밟을 수 있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