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문산읍에서는 극심한 경기침체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이곳에 조성 중인 혁신도시에 2014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방품질기술원 등 11개 기관이 이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성철 진주시 혁신도시지원단장의 마음은 썩 편안하지 않다. 3,500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혁신 도시에 입주하면 진주 구도심인 상대동 주변 상권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구도심에 상업시설을 확충하고 재래시장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적은 전국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와 국부의 50%이상이 모여 있는 고질적 수도권 편중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 중인 혁신도시 사업이 지난달 중순 국토해양인재개발원의 제주 이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지어지면서 인프라가 잘 정비된 혁신도시가 지역의 구도심 상권을 잠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아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김이탁 운영지원과장은 7일 "혁신도시의 취지가 지역 균형발전인데 혁신도시 건설로 지방 도시 구도심의 상권이 쇠퇴하는 부작용이 예상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많지 않아 구도심 상권 쇠퇴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미리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대부분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상가와 택지 등을 조성하고 건물을 신축해 들어서기 때문에 사실상 소규모 신도시에 가깝다. 때문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아무래도 교통이나 주차공간 등 인프라 측면에서 낙후된 구도심 상권은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도하는 혁신도시는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던 공공기관의 이전을 통해 지방 거점지역을 조성하는 '작지만 강한' 미래형 도시다. 이를 위해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우수한 인력들을 한 곳에 모아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가고 수준 높은 주거와 교육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도시는 인구 유출과 이에 따라 전반적인 도시의 위상 하락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공공기관이 내려오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되고 혁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해당지역 건설업체가 40%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연계되는 기업의 이전도 함께 진행된다. 2015년까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직원은 64개 공공기관에 3만7,000여명이다.
하지만 구도심과 격차가 큰 인프라 때문에 혁신도시 쪽으로 도시의 모든 상권과 유동인구들이 쏠리는 '빨대 효과' 같은 부작용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등 3개 기관이 이전하는 부산 센텀지구와 인접한 부산 동래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롭게 인프라가 잘 구축된 센텀지구에 공공기관들까지 들어서면 기존 상권이 흔들릴 우려가 크고, 특히 젊은이들이 쇼핑 등을 위해 센텀지구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나주에 혁신도시가 세워지는 전남도청도 혁신도시 이전이 완료됐을 때 구도심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전력과 농어촌공사 등 15개 기관이 2014년까지 나주로 이전하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구도심인 중앙동에서 5㎞ 정도 떨어져 있다. 중앙동 상인들은 벌써부터 "지금도 장사가 안 돼 밤에 불 꺼진 가게가 많은 데 인근에 인구 5만명의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대부분 문닫을 수 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전남 혁신도시건설지원단 관계자는 "구도심과 혁신도시 연계발전 방안을 다룰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거주의 편리성과 편의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는 혁신도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역 내 공공기관들은 혁신도시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도태호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은 "구도심이 혁신도시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통망 연계, 구도심 재개발 등을 통해 구도심이 쇠퇴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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