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베를루스코니는 6일 중도우파인 자유국민당(PdL) 총리 후보 경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이탈리아의 상황은 내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보다 훨씬 나빠졌다"며 "이탈리아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는 전날 PdL 지도자들과 만난 후 "정계에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라는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PdL은 이날 마리오 몬티 총리 내각이 추진하는 개혁정책인 경제개발법안의 상하원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PdL 소속 파브리치오 시치토 하원의장은 "몬티의 경제정책에 대한 당의 비판적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기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출마에 대비해 몬티와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몬티의 증세, 긴축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베를루스코니의 정계복귀로 정국은 한층 불안정해졌다. 의회 제1당인 PdL이 몬티 내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현 내각은 의회 과반의석을 상실해 붕괴할 수 있다. 이 경우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총선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미디어 재벌 출신으로 1994년 총선에서 처음 총리로 당선된 후 세 번에 걸쳐 약 10년간 총리직을 맡았다. 미성년자 성매매와 섹스파티 등 추문을 일으켰고 10월에는 탈세 혐의로 4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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