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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882편에 실린 고전 속 인물, 해외 고전과 견주어도 손색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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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882편에 실린 고전 속 인물, 해외 고전과 견주어도 손색 없죠"

입력
2012.12.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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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 고전문학이라고 하면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정도를 떠올린다. 복잡다단한 그리스ㆍ로마 신화, 근대 유럽소설과 비교하며 '권선징악의 단순한 이야기'라고 스스로 우리 이야기문화를 깎아 내리기도 일쑤다. 최근 출간된 (지식을만드는지식 발행)은 우리 고전에 관한 세간의 고정관념을 일순에 날려버린다. 조희웅(69) 국민대 명예교수가 16년에 걸쳐 쓴 이 사전은 고전소설 882편, 등장인물 2만1,844명에 대한 설명을 수록했다.

조 교수는 "햄릿, 돈키호테 같은 서양 고전 인물은 잘 알고 있지만 우리 고전 속 인물은 홍길동, 성춘향 정도에 그친다"며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고전 등장인물에 관한 정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국민대 학생들과 인물 분류 작업을 시작한 것이 1996년이고, 실제 집필은 2000년부터 시작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고전소설은 각 작품마다 여러 편의 이본(異本)이 있게 마련이다. 이본의 종류와 각 인물이 살았던 역사적 배경을 소개한 주석집 3권, 882편의 소설 제목을 정리한 목록집 1권을 포함해 '…인물 사전'은 총 25권에 이른다. 200자 원고지 2만9,300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2007년부터 한해 6,000만원씩, 3년 간 후원을 받았지만 조 교수가 등 고전문학에 관한 연구서를 편찬하며 쌓은 경험과 자료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하소설의 원류인 '완월회맹연'은 180책에 달하는데, 하루 1책을 읽어도 180일이 걸립니다. 등장인물을 정리하려면 이 한 작품에만 1년이 넘게 걸려요. '쌍천기봉'은 등장인물이 400명이 넘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후원을 받아 전문 연구원 10명과 함께 편찬 작업에 속도를 냈습니다."

우리 전통문화에 깊이 개입돼있지만, 번역ㆍ번안된 문학작품은 '고전소설' 목록에서 제외했다. 다만 속 제갈량 부인의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바꾼 '황부인전'처럼 재창조에 가까운 고전소설은 포함시켰다.

800여 편에 이르는 우리 고전 속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개성이 여느 해외 고전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흔히 권선징악적인 캐릭터가 많을 것이라는 통념도 실제와 다르다. 가장 잔혹한 죽음을 맞은 인물은 '효열지'의 장계영과 '강태공전'의 백읍고. 장계영은 친어머니 조씨 부인에게 죽임을 당해 젓갈로 담가지고, 백읍고는 달기의 유혹을 뿌리친 죄로 죽임을 당하고 떡으로 만들어져 아버지 서백후에게 보내진다. 아버지는 아들의 인육으로 만들어진 떡을 알고도 모른 척 먹는다. 가장 덩치가 작은 인물은 '조슬록'의 서캐로 아버지 실강이(이)와 조벼룩 부녀를 찾아가 대결한다. 가장 큰 인물인 '서옥기'의 코끼리는 자신의 콧속으로 쥐가 들어올까봐 쥐만 보면 천리만리 달아나는 인물이다.

"우리 고전이 서양 고전보다 계몽적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고전소설은 작가가 인물 행위를 통해 희비극을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감흥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계몽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요. 같은 소설에 계몽적인 요소가 없다고 할 수 있나요? 환상적인 인물이 많다는 점, 계몽적인 주제를 갖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 서양 고전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조 교수는 "난해한 고전 소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라며 "우리 고전 속 다양한 콘텐츠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영감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리한 다양한 고전 속 인물들을 드라마, 영화에서 볼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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