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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8일] '꼰대'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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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8일] '꼰대'의 징후

입력
2012.12.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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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휴일 한낮,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그리고 한 번도 일면식이 없는 모교의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자신들이 만드는 모종의 책에 실을 원고를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한 터였다. 그때 나는 공교롭게도 막 식사를 시작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후배는 대뜸 자신이 누구인지만을 밝히고는 용건을 말하는 것이었다.

뭔가 불편하긴 했지만 나는 일단 그가 말하는 용건을 다 듣고 나서 그가 필요로 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잠깐"이라고 그를 제지하면서 그에게 '훈수'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후배는 지금 스무 살밖에 안 되어서 아직 윗사람에게 전화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은데, 윗사람에게 전화를 할 때에는, 더욱이 무언가 부탁을 하기 위한 전화일 때는 섬세한 예의가 필요한 법이야. 먼저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를 여쭙는 것이 그 예의의 시작이지. 지금 같은 경우만 해도 사실은 내가 식사 중이어서 전화 받기가 썩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네."

그러자 후배는 내가 미안할 정도로 쩔쩔매며 고맙다고, 잘 배웠다고, 감사하다고 연신 말을 했다. 후배 딴에는 내가 어려운 선배여서 서툴렀던 것일 수도 있는데, 이제 나도 나이를 먹고 소위 '꼰대'가 되어가는 것인가. 스무살 때의 나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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