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
재미교포 한기석(58)씨가 뉴욕 지하철역에서 떼밀려 선로에 떨어졌다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미국 사회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한씨의 사망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나이든 사람이, 공공 질서를 해치는 젊은 사람을 타이르다 시비가 붙었고 그 젊은이에게 밀려 선로에 떨어졌는데 아무도 돕지 않은 사회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씨가 열차에 치이기 직전 모습을 찍은 뉴욕포스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도 사건 발생 당시 사람들의 무관심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압바시는 방송 인터뷰에서 “한 씨가 떨어지고 열차가 오기까지, 주변 사람들이 그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22초의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한씨가 열차에 치인 뒤 승강장으로 끌어 올려지자 주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경찰을 인용해 한씨가 열차에 치이기까지 1분 이상, 최대 1분30초 정도 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압바시는 구조는 하지 않은 채 사진만 찍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당시 한씨와 수백 피트(1피트 약 30.5㎝) 가량 떨어져 있어 방법이 없었다고 계속 항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유족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남은 가족이 정상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언론은 한씨의 집 앞에서 잠복하며 유족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를 선로로 밀치고 도망갔던 나임 데이비스(30)는 5일 2급 살인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노숙자인 데이비스는 마약 판매 등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으며 사고현장 인근 록펠러센터 주변에서 가판 심부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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