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도시의 텃밭에서 작물을 가꾸는 '도시 농업'에 꽂힌 젊은이들 10명이 뭉쳤다. 디자인학도 출신으로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던 나혜란(27)씨가 주도해 친구들과 대학의 텃밭 동아리에서 사람을 끌어 모았다. 처음엔 마포구 상암동의 조그만 공터를 몰래 '점령'해 채소를 심었지만 관할 공무원에게 들켜 '불법 개간'은 결국 실패. 이후 지인을 통해 한강 노들섬 텃밭에 70평 남짓 땅을 얻어 채소를 심었다. 종로구 누하동 환경센터의 마당, 옥상, 베란다에도 텃밭을 만들어 씨를 뿌리고 채소를 수확했다.
화학 비료는 전혀 쓰지 않고, 직접 대ㆍ소변을 모아 거름으로 썼다. 멤버들이 기른 지렁이가 만들어 낸 분변토도 사용한다. 이렇게 기른 상추, 쑥갓, 당근, 고구마, 케일, 치커리 등을 홍익대 근처의 유기농 카페에 납품한다.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젝트 팀 '파절이'의 지난 1년간 활동 내역이다. '파절이'는 '파릇한 젊은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로컬 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미국 뉴욕의 '그린 마켓',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로컬 푸드 운동의 대표적인 예다.
'파절이' 멤버들은 작목팀, 퇴비팀, 요리팀, 디자인팀, 기획홍보팀 등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현재 정규 멤버는 13명이지만, 페이스북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모집하는 'Be 파절이 day'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퇴비팀장 오윤명(26)씨는 거름 생산의 역군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소변까지 페트병에 모아 물에 희석한 뒤 삭혀서 밭에 뿌린다. 대변도 따로 모아 노들섬 텃밭의 생태화장실에서 묵힌 뒤 거름으로 쓴다.
대변 냄새를 없애는 비결은 톱밥이다. 오씨는 "나무상자 위에 변기 커버를 씌우고, 안에 페인트 통을 둬 인분을 모은다. 페인트통에 톱밥을 깔고 인분 위에 한번 더 깔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변과 소변이 섞이면 냄새가 심하고 무게가 많이 나가, 페트병에 따로 모아 밀봉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른 채소는 홍대 근처 유기농 카페에 납품된다. 잎채소는 100g에 평균 1,300원, 뿌리채소는 감자 1kg 8,000원, 당근 100g 1,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올해 수확을 마친 '파절이'는 내년 마포구 광흥창역 근처의 한 건물 옥상을 얻어 텃밭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곳을 '힐링 농장' 개념의 휴식 공간으로 만들고, 요리 교실, 레스토랑 등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파절이'는 텃밭 조성 자금 마련을 위해 '소셜 펀딩'을 진행 중이다. 나혜란'파절이'대표는 "도시농업을 통해 이 지역에 건강한 카페 생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정유안(홍익대 법학과 4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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