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증언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에게 살해 협박을 당하던 30대 장애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끝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뇌병변장애 1급으로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이사인 최모(38)씨가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쯤 대전 서구 용문동 자신의 집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 집 주변 CCTV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씨가 과거 소속됐던 한 지역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이었던 성모(61)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는 복지시설을 퇴소한 최씨로부터 2003년 성폭행 및 폭력 혐의로 고소당해 성폭행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폭력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 중 또 다른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최씨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4년여를 복역하고 2010년 8월 출소했다.
성씨는 지난 9월초 대전의 한 마트에서 우연히 최씨를 만나"너 때문에 교도소에 갔다 왔다. 꼭 복수하겠다"고 협박했다. 최씨는 이후 집 우편물이 없어지는 등 신변 위협을 느끼자 관할 파출소를 찾아가 "집 주변 순찰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대전 둔산경찰서에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때부터 성씨에 대해 절도와 협박 혐의로 수사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고, 최씨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대전여성장애인연대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대전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고도 3개월 간 붙잡지 못하는 사이 협박에도 꿋꿋하게 살아온 장애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됐다"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보호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장애 여성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씨로부터 공식적으로 신변 보호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용의자를 전국적으로 공개 수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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