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막바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예년보다 세일 기간을 1~2주 가량 크게 늘리는 가하면, 세일을 하지 않던 업체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미샤는 한달 내내 세일 중이고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더샘은 각각 9~11일까지 열흘 안팎으로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등의 세일도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중저가 화장품이 평소에 붙여 놓는 '정가'가 과연 의미가 있는 가격이냐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전반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브랜드숍 화장품들은 올해 날개 단 듯 팔려, 지난해 약 2조5,000억 원대였던 시장규모는 올해 10% 이상 성장해 3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체 브랜드숍 브랜드만도 20여개, 매장 수는 드럭스토어 등을 합칠 경우 1만여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브랜드숍의 폭발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가격. 주요 고객인 외국 관광객 수가 워낙 많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저렴한 화장품 가격을 세일을 통해 더 낮췄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세일 횟수와 폭이 확대되고,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던 업체들마저 세일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365일 세일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의 할인 경쟁은 올해 들어 특히 심해졌는데 브랜드 론칭 이후 10년간 세일을 하지 않았던 더페이스샵이 올 3월부터 매달 세일에 들어갔고, 네이처리퍼블릭도 하반기부터 매월 세일에 돌입했을 정도다. 워낙 세일이 많고 할인폭도 크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제 돈 주고 사면 아깝다는 시각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아예 세일 때만 구매를 하는 고객들도 많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기간과 세일하지 않는 기간 매장당 매출은 3~7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그러다 보니 세일 전후 매출은 급감하게 되고 브랜드숍은 매출 증대를 위해 또 세일에 돌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브랜드숍들은 전날 밤 또는 당일 문자로 세일소식을 알리는 '게릴라식' 할인행사를 하는가 하면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정하기도 하지만 세일에만 몰리는 것을 피하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잦은 세일이 결국 업체들에겐 제살 깎기 경쟁이 되고, 소비자들에겐 가격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나친 세일경쟁으로 생긴 출혈을 메우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주력상품 가격을 올리는 '꼼수'도 펴고 있다. 할인 횟수와 폭을 늘리면서 한편으론 주력상품을 4만원대 이상 중가로 조정하고, 고가상품까지 구비하며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브랜드숍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지만 바로 옆 다른 매장이 세일을 하는데 우리만 정가로만 팔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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