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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세계와 通하다] K팝 팬 10~20대 여성에 국한… 정교한 마케팅이 저변 확대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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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세계와 通하다] K팝 팬 10~20대 여성에 국한… 정교한 마케팅이 저변 확대 지름길

입력
2012.12.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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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훌륭한 기술력으로만 알려져 있던 한국을 세계와 연결시키고 있다.”

영국의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은 최근 국가별 소프트 파워 순위를 매기며 한국을 지난해보다 세 계단 높은 11위에 올려 놓았다. 한국 하면 휴대전화와 TV를 떠올리던 유럽인들이 이제 K팝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K팝이 한국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한류가 유럽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좀 더 냉정하고 엄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내 대형 가요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싸이로 인해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K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라면서 “아시아 활동을 포기하고 갈 만큼 유럽의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손해를 보더라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공연을 열고 있다”고 했다.

현지 관계자들도 K팝의 인기에 대한 호들갑을 경계한다. 이종수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은 “K팝이 과대 포장된 부분이 있다”며 “수요 계층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여성들에 쏠려 있다”고 설명했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지의 K팝 마니아들은 10만~14만 명 정도로 연령 및 성별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아직 청소년 층에게도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K팝의 인기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 현상은 유럽 어느 국가나 비슷하다. 지난달 30일 독일 오버하우젠에서 열린 가수 김준수의 단독 콘서트에 모인 1,800여명의 관객도 대부분 10~20대 여성들이었다.

국내 가요 전문가들은 유럽의 K팝이 발아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올 초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처음 CD로 정식 발매된 소녀시대의 ‘더 보이스’도 앨범 판매량 차트에서 64위(스페인), 130위(프랑스)에 그쳤다. 국가별 편차도 크다. 한류 동호회가 10개 이상 있는 곳은 동유럽의 러시아, 루마니아, 헝가리와 서유럽의 독일, 영국, 스페인 등에 불과하고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국가는 5개 이하에 불과하다. 국가적 특성도 조금씩 달라 루마니아에선 2009년 ‘대장금’을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고, 벨기에서는 최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럽 현지의 한류 관계자들은 현재의 K팝 열기를 문화 상품으로 이어가려면 정밀한 현지 시장 조사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나치게 잦은 공연이나 비싼 관람료 등이 오히려 한류에 대한 반감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파리에서 열린 두 차례 K팝 콘서트는 평균 100유로(약 14만원) 이상의 비싼 관람료를 받아 인터넷 상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럽에서 한류의 씨앗 역할을 했던 영화는 오히려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2004년 824만 달러까지 치솟았던 한국영화의 유럽 수출액은 매년 급감해 지난해엔 352만 달러로 반토막 났고, 2012년 상반기 유럽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감소한 145만 달러에 그쳤다. 김경만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센터 연구원은 “유럽이 예술 영화 위주로 한국 영화를 소비하는 데다 최근 유럽의 경제 위기로 판매단가가 낮아진 것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3,200억원의 한류 예산을 확보해 K팝의 인기를 바탕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클래식, 뮤지컬, 발레, 애니메이션, 음식 등 문화 전반을 한류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고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원장은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인상을 주면 문화적 자존심이 높은 프랑스인들이 반발한다”면서 “순수문화는 확산 속도가 더디더라도 우리 문화가 유럽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뒤에서 꾸준히 지원하고 대중문화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파리=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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