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 첫 후보자 TV토론이 어제 열렸다. 정치 분야가 주제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후보의 과거 경력과 개인적 인연을 고리로 삼은 이념ㆍ노선 공방과 비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책과 그 실현 방안을 다투어 유권자의 선택을 도울 기회를 반쯤 헛되이 보냈다. 그나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비롯한 외교감각, 통일ㆍ안보 정책의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 게 다행스럽다.
이런 상황은 세 후보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 및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로부터의 협공을 받게 마련인 3자 토론 형식의 기본적 한계이기도 하다. 특히 모처럼 깔린 멍석을 반기듯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쏟아내며 노골적 공세에 나선 이 후보의 ‘활개’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박ㆍ문 후보의 진지한 토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ㆍ문 두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각각 “준비된 미래냐, 실패한 과거냐”,“이명박 정부의 불통과 부정직”을 언급, 비교적 차분하게 논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오만과 독선, 유신의 퍼스트 레이디, 후보 무자격자”라고 거칠게 박 후보를 공격하면서 적잖이 분위기가 흐려졌다. 문 후보가 끝까지 상대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일방적 비난을 자제한 것이 눈길을 끌 정도였다.
이번 토론을 계기로 다자 토론 형식의 근본적 한계는 더욱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관심이 쏠린 양대 후보의 정책 대결이 불붙지 못했다. 정책ㆍ공약의 허점이나 실현 과정의 문제점 등은 양대 후보의 교차 일문일답을 통해서나 충분히 드러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는 그 대안인 ‘맞장 토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양자대결 구도가 워낙 늦게 짜여진데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도 22일로 짧아서 3회의 법정토론회를 소화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대선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최종 후보를 조기에 확정해 선거운동 기간 이전의 비공식 양자토론을 활성화하고, 법정토론회도 양자토론 형식으로 바꿔야 마땅하다. 이 또한 여야가 서둘러야 할 정치개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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