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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대검 중수부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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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대검 중수부 폐지

입력
2012.12.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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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이른바 '돈검사', '성검사'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더니,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최악의 내분 사태를 자초했다.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봉합 국면을 맞는 듯 했으나, 이번엔 변호사인 매형한테 자신이 기소한 사건 피의자를 소개해 준 '브로커 검사' 의혹이 또 불거졌다.

이런 검찰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할 수 밖에 없고,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때맞춰 여야 대선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대검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을 내놓았다. 검찰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셈이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검찰개혁의 출발이 대검 중수부 폐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는 시발점이 대검 중수부를 없애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악 척결에 일조한 공(功)도 일부 있지만, 무리한 수사와 이에 따른 무죄 양산 등 과(過)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과 정의를 왜곡하는 전형이 대검 중수부"라며 "어떤 검찰 개혁 논의도 중수부 폐지와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검찰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가 여야 후보의 주요 공약이 된 것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라며 "중수부를 없애더라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거나 일선 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을 둬 가동한다면 검찰개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한 남용·중립성 시비 검찰개혁의 첫 발… 정치검사 인적 청산 새전기로 삼아야"

●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

중수부 기소 사건 무죄율 높아

폐지 목소리 비등은 자업자득

공수처 신설 권력 분산 시켜야

한때 '검찰의 꽃'이라 불렸지만 항상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대검 중수부 폐지를 공약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이어,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며칠 전 중수부 폐지 공약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직접 지정하는 사건을 수사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업무와 함께 지검ㆍ지청의 특수수사를 총괄 지휘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과 권력층과 연관된 대형비리는 대부분 중수부가 수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 다시 중수부 폐지가 여야 후보들의 주요 검찰개혁 공약이 된 것은 중수부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수부에서 기소한 사건의 1심 평균 무죄율이 9.6%로 일반사건(0.36%)보다 26.7배 높게 나타났다. 대법원에서의 무죄율은 24.1%까지 상승한다. 기소권을 남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중수부 사건의 무죄율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수부가 지휘하는 특수수사는 항상 절묘한 시점에 시작되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두 번의 수사 중 첫 번째 수사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면서 시작되었고, 두 번째 정치자금 수사는 1심의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날 시작되었다. 두 번의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2010년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지난해 초 국회에서 중수부 폐지를 여야가 합의하자 본격화되었고, 이후 중수부 폐지론은 어느새 사그라졌다. 검찰권의 정치적 남용의 중심에는 항상 중수부가 있었고, 검찰의 중립화를 위해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제 대세가 된 것이다.

중수부 폐지 논의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정치검사 청산이다. 검찰권을 활용해 정권 반대 세력에게는 무리한 기소를 일삼고, 권력 주변 사건에는 부실한 수사를 되풀이하는 검사들을 정치검사라고 부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권력에 충성하기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며 승승장구해온 정치검사들은 부지기수다.

정치검사의 대표격 인물이 바로 현 최재경 중수부장이다. 2007년 BBK 사건을 통해 정치검사 부활의 신호탄을 쏜 인물로 요직을 거쳐 2011년 중수부장이 되었다. 뇌물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부장검사의 언론 대응을 도와주고, 중수부 폐지에 저항하며 한 전 총장을 사퇴시킨 장본인이다. 최 부장이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지만 반려되었다고 한다. 기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인사를 중수부장으로 두고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장악을 위해 정연주 KBS 전 사장을 기소하고, 대통령에 누가 될까봐 내곡동 사저 부지 헐값 매입 사건 의혹을 불기소했음을 스스로 고백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민간인사찰 사건과 용산참사 관련 경찰의 과잉진압 수사를 꼬리 자르기하고,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를 지휘한 노환균 법무연수원장 등 정치검사들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정치검사의 집합소로 전락한 중수부 폐지와 함께 정치검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면 권력형 비리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는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와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적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불식할 수 있다. 이미 18대 국회부터 야당 의원들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 다수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결단한다면 내년 2월 도입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정치검사 청산, 공수처 신설을 통한 검찰권의 분산은 검찰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과제다. 지금 검찰의 위기는 거꾸로 검찰개혁의 기회이다. 2013년 새 정부의 첫 번째 개혁의제는 검찰개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법·정의 훼손하는 거점 전락 눈총까지… 지검 수사 능력만으로 거악 척결 충분"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치권력 통로 차단이 급선무

일선서 묵묵히 근무 평검사가

검찰 공정성 확보에 역할 클 것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제도개혁과 함께 인적 청산이 필수적이다. 권력의 오ㆍ남용은 제도의 잘못 탓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틈을 타 자신의 영달과 이익을 꾀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일수록 파당을 만들고 세력화하여 개혁과 혁신에 완강하게 저항한다. 무소불위의 검찰을 개혁한다 할 때 가장 먼저 대검 중수부의 폐지가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것은 제도적으로도 잘못된 것이자 횡행하는 정치검찰, 특권검찰의 거점을 이루는 곳이다.

중수부는 검찰조직치고는 아주 이례적인 존재다. 그것은 일선지검을 제치고 대검찰청 차원에서 수사를 할 수 있게 만든 조직이다. 그렇다고 일선지검이 감당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그가 원하는 사건만을 전담하여 일종의 맞춤형 수사를 하는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일 따름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중수부가 정치화하는 틈새가 생겨난다. 검찰총장을 경유하여 중수부가 정치권력의 의사에 따라 수사권을 행사하는, 그래서 그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친위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항상 높다.

실제 우리 검찰체계는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선지검과 정치권력 사이에 임기를 보장 받는 검찰총장을 두고 일선검찰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막아내는 방파제의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수부는 이런 권력분립의 구도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오히려 그것은 정치권력이 곧장 검찰내부로 흘러 들어오는 통로가 되면서 검찰이 정치검찰로 변질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그간의 역사는 이를 잘 증명한다. 혹자의 말처럼 대검 중수부가 '정치검사 양성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또 중수부는 검찰 내부의 핵심권력집단(이너써클)을 구성하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정치권력 가까이서 그에 봉사할 수 있는 조직이 되다 보니 중수부는 출세지향적 검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중수부에서 인사권자의 뜻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출세의 계기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중수부 재직경력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된다. 원초적으로 엘리트의식으로 충만하던 검찰조직에서 중수부라는 소수 정예의 특권과 명예까지 누리게 되는 상황은, 일부 검사들로 하여금 자신이 봉사해야 할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력이라고 여기게끔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특권의식은 다른 검찰조직에까지 확산되어 중수부는 검찰의 핵이자 모든 검사들의 자존감의 상징으로 굳어진다.

최근 한상대 총장의 사퇴 이유 중 하나가 중수부 폐지론을 꺼냈다는 점이었음은 이를 잘 대변한다. 중수부폐지론이 검찰 그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고, 이에 모든 검사들이 한 몸으로 저항하는 와중에 한 총장은 부득불 희생양이 되어 밀려난 것이다.

요컨대, 대검 중수부는 정치검찰, 특권검찰이 법과 정의를 왜곡하는 중심거점이자 그 상징적 존재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어떠한 검찰개혁논의도 이 중수부의 폐지와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검찰, 특권검찰세력의 인적 청산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런 논의에 대해 최고의 수사능력과 수사의지를 가지고 거악척결의 선봉에 선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중수부사건 무죄선고율이 일반사건보다 30배나 높다는 통계치만으로도 이 모든 반론은 근거를 상실한다. 지검의 일선검사들 또한 거악을 징벌하기에 충분한 수사능력을 갖추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능한 검사들이나 조사관을 파견해서 지검에 특수수사팀을 구성하면 된다. 다만 특수수사팀을 고介?두는 것은 또 다른 중수부를 두는 격이 되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지난 역사에서 미루어보건대, 거악척결의 의지는 중수부에 배치된 정치검찰이 아니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평검사들이 훨씬 더 강하다. 그리고 그들의 그 의지는 제대로 된 검찰개혁이 정치검찰을 영구히 몰아낼 때, 보다 정의롭게 이 땅을 밝혀낼 것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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