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켓 발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고위급 연쇄회담을 열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워싱턴으로 가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과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전날 6자 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과도 로켓 발사 저지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협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이제껏 북한의 우주이용권리를 옹호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에 신중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19일 한국 대선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로켓 발사 시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시험 가동한다는 방침까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 궤도 추적을 위해 이지스함과 조기경보위성(DSP), 엑스(X)-밴더 레이더 등을 관련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로켓 발사가 실패하든 성공하든 강력히 제재한다는 입장"이라고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했다. 국무부가 이날 로켓 발사를 미사일 발사로 간주하고 백악관 역시 도발 행위로 규정해 제재하겠다고 한 것도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다. 한미, 미일 고위급 회담에서 이 같은 제재를 위한 사전 조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 본부장은 북한 제재 담당인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ㆍ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을 만나기로 돼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는 전례에 따라 일본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이 안보리의 추가 제재 등을 목표로 한국과 미국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스기야마 국장은 워싱턴에 이어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우다웨이 대표가 이미 중국 주재 남북한 외교관들을 불러 로켓 발사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독자 제재 방안으로는 2005년 이뤄진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 해운분야제재 등 다양한 방법들이 언급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이란식 금융제재도 북한을 괴롭힐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돈줄을 죄기 위한 금융제재 시 그 대상이 주로 중국계 기업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 북한 지렛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이날 "(로켓을 발사하면) 역내 동맹국들과 협의를 통해 나중에 어떤 조치가 적절한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비, 한반도 주변에 이지스함을 배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동해 쪽에 1척, 오키나와 주변에 2척을 배치하기로 했는데 이들 함정은 요격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도 4월과 마찬가지로 이지스함 7척을 한반도와 일본 주변 해역에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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