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에 몰린 시리아 정부군이 전세를 만회하기 위해 화학무기 사용을 준비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리아 내전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쓸 경우 곧바로 군사개입을 한다는 입장이어서 내전은 자칫 미국 및 이스라엘 등이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보당국은 위성관측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 기지에서 화학물질이 운반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시리아 정부는 안전 때문에 별도 보관해온 화학물질을 한군데로 모으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관계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움직임"이라며 "화학무기 사용에 대비한 준비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사린가스 제조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체에 흡수돼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사린가스는 1995년 일본 옴진리교가 자행한 지하철 테러에 이용됐다. 시리아는 VX가스, 맹독성 겨자가스 등 중동에서 가장 많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시리아 외교부는 3일 "그런 무기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화학무기 사용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시리아의 부인에도 불구, 미국은 내전이 반군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어 궁지에 몰린 정부군이 언제든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반군은 최근 2주간 정부군 소속 46사단 본부 등 정부군 기지 5곳을 장악하는 등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게다가 전차, 야포, 지대공 미사일 등을 확보하며 내전 초반 절대열세였던 화력에서도 정부군과 차이를 좁히고 있다.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의 군사개입 여지도 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워싱턴 국방대학 연설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겨냥해 "화학무기 사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런 무기를 쓴다면 중대한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간접개입만 고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확연히 대규모 군사개입에 무게가 실려 있다. AP통신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공습을 통해 화학무기 시설을 폭격하거나 특수부대를 투입해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시리아 남쪽으로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도 독자개입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화학무기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로 흘러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이스라엘은 화학무기 사용 이전이라도 자국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예방적 선제공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최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대량살상무기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난 두 달간 요르단에 군사작전 협조를 수 차례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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