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가 터지도록 달린 끝에 결승점을 통과한 마지막날.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가슴을 뚫고 올라온다."
한국인 최초로 1년안에 세계 4대 사막마라톤을 완주하는 그랜드슬래머를 꿈꿨던 한남대 최규영(28ㆍ기독교학과 4년 휴학중)씨가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
한남대는 최씨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된 남극 마라톤을 완주하는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최씨는 올해 3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을 시작으로 6월 중국 고비사막, 10월 이집트 사하라 사막을 완주한데 이어 이번에 남극 종주를 성공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최씨가 1년동안 달린 거리는 무려 1,000㎞. 그것도 평탄한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더위와 추위가 존재하는 극한의 오지를 각각 6박7일 동안 250km씩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참가자는 각 레이스마다 생존에 필요한 28종의 장비만을 배낭에 메고 달린다.
이번 최씨의 남극 도전도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그는 일기에서 뱃멀미로 고생한 끝에 도착한 첫날 100㎞를 달리라는 주최측의 냉정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우리나라 남극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이라는 사실을 알고 뿌듯했던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감정은 오직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꿈을 달성하기위한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더 했다. 최씨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낯선 땅 호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참가비 2,300만원을 마련하느라 생고생을 했다.
이번 완주로 최씨는 1년안에 목표를 달성해 국내 첫 세계 4대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래머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한국인 최초로 명에의 전당에도 오른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4대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7명이 있지만 1년 이내 완주는 그가 처음이다.
최씨는 완주를 끝낸 후"1,000km의 대장정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도서관에서 여느 친구들과 같이 취업전쟁에 매달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현실이 아니라 꿈을 위해 도전하기로 결심했고, 죽음의 레이스를 뚫고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또"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나중에 늙어서'그 때 그 일을 할걸'이라는 후회를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같은 값이면 꿈을 위해 사는 게 낫다"며 젊은이들에게 도전 의식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최씨는 내년 복학해 학업을 마친 뒤 또 다른 꿈을 향한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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