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국인들은 irony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영국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 영국인들에겐 irony가 뼛속 깊이 배어있다. 반면 미국인은 너무 진지하고 정직한 나머지 irony를 말하면 당황스러워 한다.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놀릴 때 영국인은 irony 화법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데 비해 미국인들은 영국인들의 그런 언행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늘 진지한 태도의 사람에게는 농담이나 말장난이 통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irony'는 빈정댐이나 냉소 혹은 비꼼이 어우러진 것이라서 사람 따라 배경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을 접하다 보면 영어권 내에서도 서로 통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가령 영국인(B)과 미국인(A)이 나누는 대화를 보자. B: I had to go to my grandad's funeral last week. A: Sorry to hear that. B: Don't be. It was the first time he ever paid for the drinks. A: I see. 여기서 영국인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하자 미국인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영국인은 다시 그럴 것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번에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술값을 내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어쩌다 술값을 내셨는데 마침 돌아가셨으니 이는 운명인지 우연인지 어이없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는 의미다. 이 대화에서도 미국인은 시종일관 'Sorry to hear that' 'I see'처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농담성 대꾸는 전혀 하지 않는다. 어쩌다 빈정대는 말을 해 놓고는 'Just kidding'이라며 김빠지는 말을 하는 쪽은 늘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Free gift'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도 irony다. Gift라는 말속에는 '선물', 즉 공짜로 준다는 뜻이 내재돼 있으므로 free라는 말이 필요 없다. 이처럼 어이없거나 말도 안되는 irony이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수준은 'My friends say I'm indecisive, but I'm not so sure' 정도가 좋다. 친구들이 자신을 우유부단하다고 한다는데 자신은 그런지 모르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었으니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비꼼이나 조롱의 irony는 그래서 위험한 것이고 이보다는 wit나 촌철살인의 명구가 훨씬 안전하고 좋다. 미국인은 마음속으로 진심이든 아니든 'Have a nice day'를 사용하지만 영국인은 이를 분석해서 '남이사~'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똑같은 영어권 문화인데도 그들의 유머와 농담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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