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환 (43) 부경대 의공학과 교수가 '세계 최초 플렉서블 유기 발광 다이어드(OLED) 개발 실력으로 해외파 모두 제친 국내파'라고 추천한 이태우(38)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이탁희(43)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분자 기반 전자소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라며 소개했다.
지난 여름 유기전자 분야의 저명한 해외 학회에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 석학의 기조 강연을 들었다. 하버드대 교수인 그는 질문에 답하면서 "한국의 이탁희 교수(Takhee Lee in Korea)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렇다"라고 설명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선배 교수 이름이 학회에서 세계 석학의 입을 통해 나오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 교수는 단순히 수십 수백 ㎚(1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박막이 아니라 그보다 매우 작은 수 ㎚ 이하의 단일 분자를 자기 조립해 분자 기반 전자소자를 만들고 물리적 현상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분자 기반 전자소자는 아주 작아 고집적, 저비용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어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다. 하지만, 아주 작아 연구가 그만큼 어렵다. 필자가 2002년에 미국 벨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할 때 동료 연구원은 3년이나 이쪽 연구에 매달렸지만 논문 한편도 쓰지 못할 정도였다. 필자는 그 때 '이 분야 연구는 정말 힘들겠구나'하는 것을 절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 어려운 연구 주제를 잘 풀어냈다. 1주일 만에 수천 개의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도록 실험시스템을 구축했고, 새로운 통계법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깔끔히 분석할 정도였다. 정말 대단한 내공을 지닌 과학자다.
이 교수는 사석에서 좋은 연구결과를 내려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우직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그는 2000년 퍼듀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예일대에서 박사후 과정에서부터 줄곧 분자 기반 전자소자 분야만 연구했다.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끝에 드디어 2009년 12월 '네이처'에 논문을 올렸다. 분자 트랜지스터 소자를 만들고 게이트 전극을 이용해 분자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를 직접 제어함으로써, 이동 전하의 에너지 장벽 크기와 전류량 조절에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단일 분자를 이용한 분자 트랜지스터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올 7월에는 분자 전자 분야에 한 획을 긋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두루마리처럼 휘어지면서도 두께가 2㎚ 밖에 안 되는 아주 얇은 전자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이 교수는 150편 이상의 국제 과학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을 발표했다. 표지 논문을 낸 것만도 15편이다. 이런 성과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2008),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010), 국무총리상(2010)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연구 성과를 낸 연구자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연구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고, 좋은 연구가 무엇인지도 잘 아는 식견도 뛰어나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내외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학생 지도도 잘하는 등 모든 면에서 후배 교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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