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9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11년 사이 3.6배 증가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체ㆍ정신적 질병이 주요 원인으로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실태와 정책과제'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ㆍ경찰청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9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은 129.1명으로 2000년(35.4명)에 비해 3.6배 증가했다.
연령대별 자살률을 보면 ▦85~89세 126.8명 ▦80~84세 110.1명 ▦75~79세 96.1명 등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았고, 증가 속도는 90세 이상(3.6배)이 가장 빨랐다.
노인의 자살 원인은 주로 육체ㆍ정신적 질병으로 꼽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61세 이상 연령층의 자살원인 가운데 45.7%가 육체적 질병이었고, 우울증 등 정신적 질병으로 인한 자살은 27.5% 이었다. 노인 자살자 70% 이상은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노인의 질병은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치료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 경제적 압박감인 큰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보다 3배 이상 높았고 회원국 중 1위였다.
한편 지역별 자살률은 강원도가 45.2명으로 가장 높았고, 울산광역시는 25.6명으로 가장 낮았다. 최근 11년간 자살 증가율은 서울시가 3배로 가장 높았고, 경상북도가 1.7배로 최하위였다.
장영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사망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최근 10년간 영국과 일본 등은 감소 혹은 낮은 증가율을 보였으나 우리나라만 유독 증가폭이 컸다"며 "고령층 자살 원인 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통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위험대상군 관리모델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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