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부발읍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에는 매주 한번씩 수백 개의 도시락이 배달된다. 지난 26일 M10A제조팀에서 일하는 고인숙 주무는 근무 중 동료들과 모여 도시락을 봉고차에 싣고 일일이 주소록을 확인했다. 대부분 내비게이션조차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지 못하는 인근 시골 마을이거나 좁은 골목길 안에 위치한 집들이다. 이윽고 한 가정집에 도달한 고 주무는 문을 두드리며 "행복플러스 영양 도시락 왔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는 "한번 나오면 60여 곳 이상의 가정을 방문하다 보니 3~4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대문 앞에 도착해 이 말을 외칠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시작한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아침愛도시락'센터를 개소하고 기업 최초로 결식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도시락을 지원하는 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여러 봉사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는 것인데 아침이든 낮이든 근무 중에 하는 도시락 배달의 경우 자발적인 참여율이 높다"며 "참여 직원의 경우 한 달에 한번 꼴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번에 이천시 일대를 돌며 60~100개 가정을 방문한다. 도시락 안에는 일주일 치 분량의 밑반찬이 담겨 있다. SK그룹이 만든 사회적 기업에서 제작한 이 도시락은 전문 영양사가 계획한 균형 잡힌 식단을 토대로 3가지 이상의 밑반찬이 들어있다. SK그룹 편입 이후에는 더 많은 지역민에게 봉사를 하겠다는 취지로 아침愛도시락을 일주일 간의 밑반찬을 배달하는'행복플러스 영양 도시락'사업으로 전환하고, 수혜 대상도 기존 대비 4배 가량인 400여 명으로 확대했다. 내년부터는 사업 범위를 이천뿐 아니라 청주 지역까지 확대하는 한편 수혜 대상도 1,000여명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도시락은 임직원들의 월급 가운데 정기기부를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구매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초 임원들이 먼저 조성한 '리더십 오블리제' 기금을 시작으로, 기부의 범위를 국내 임직원으로 확대해 '좋은기억나눔기금'이란 이름으로 사회공헌 자금을 조성해 왔다. 현재 SK하이닉스 국내 임직원의 80%인 1만6,000 여명이 이 기부에 참가하고 있다.
좋은기억나눔기금은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사업뿐 아니라 이천과 청주의 초중고 학생을 선발해 학습비를 지원하는'행복 장학', 지역사회 아동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친환경 공부방 개보수'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사업장이 위치한 이천과 청주 지역 약 2,000명의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 급여 기부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 전체에서 활동 중인 봉사단은 약 220여 개. 지난해 기준으로 이천과 청주지역 105개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약 8,700여명이 800회 이상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실질적인 봉사를 위해 재능 나눔 봉사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사업 특성을 활용해 2010년부터 반도체 교실과 주니어 공학교실, 로봇과학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과학교육의 체험을 강화하기 위해 11월 24일, 이천 본사에서 200여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제1회 SK하이닉스 로보올림피아드'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로봇 교육키트를 활용한 '로봇씨름대회', '창의로봇 컨테스트'로 나누어 각 분야 15명씩 총 30명의 우수 아동들에게 포상과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처럼 봉사활동이 활발한 것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회사의 정책도 한몫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을 기업의 의무로 인식하도록 지난 2010년부터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 인정 제도를 실시했다"며 "이 때문에 봉사단의 대부분이 6년 이상의 자매결연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저소득층 아동의 문화예술 교육인 '꿈의 오케스트라' ▦우수 인재의 역량함양을 위한 '소외아동 글로벌견학 지원' ▦자립아동 지원을 위한 '디딤씨앗통장 후원사업' ▦'희망플러스 장학금 지원 사업'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