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겁도 났지만 외국인 재소자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경희사이버대가 주최한 올해 '한국어 및 한국문화 지도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명희(29)씨는 2일 수상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가 충남 천안에 있는 외국인교도소를 처음 찾은 건 2010년 1월. 단국대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을 밟던 중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 외국인 재소자를 교화하는 '굿모닝 코리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한 달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 재소자는 지금까지 700명이 넘는다.
"강의실에 들어섰는데 재소자와 분리하는 유리 막도 없고, 수업을 참관하는 교도관도 1명밖에 없었어요. 4년 2개월, 2년 6개월 등 형기와 사기, 살인미수 같은 죄목이 적힌 출석부를 보니 솔직히 겁도 났죠. 하지만 수업을 시작하며 재소자의 얼굴을 봤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생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더라고요."
, 같은 고전문학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쳤다. 전설이나 구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공동된 내용이 많다. 중국, 몽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재소자들이 함께 배우기에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수업 시간이면 학생들이 서로 이해를 돕느라, 중국어, 영어, 라틴어, 러시아어 등 전세계 말이 왔다갔다하죠. 그림도 그리고 손짓발짓까지 써가며 설명을 하다 보면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해요."
재소자 중에는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고학력자도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자신이 무언가 배우고 있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한다고 한다. 특히 자신도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경험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더듬더듬 한국어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스스로 달라져야겠다고 하는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탐욕을 이기지 못해 약속을 어긴 벌로 바위가 된다는 내용의 의 뒷이야기를 써보라고 했어요. 마약을 운반하다 4년2개월 형을 받은 한 20대 태국 청년이 '며느리가 약속을 지키고 다른 마을로 옮겨가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지었어요. 다른 마을은 코끼리와 야자수가 있는 자신의 고향이었죠. 사람은 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게 아닐까요."
현재 충북대 국제교류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하는 외국인 학생들, 슬픔을 간직한 외국인들 외에도 다문화 가정 청소년이나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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