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는 카페에서 전시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꼭 이뤄주고 싶습니다."
반 고흐 연구소의 도미니크 얀센스 대표가 최근 방한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II:반 고흐 in 파리'전을 둘러봤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 1,800만유로(한화 약 250억원)를 들여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라부 여인숙을 인수·보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여인숙은 반 고흐가 10년 화업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비극적 생애를 마감했던 곳.
"그가 밀밭에서 권총 자살하기 전까지 이곳 다락방에서 80여 점의 유화를 그렸어요. 창문 하나 없는, 7㎡(약 2평)의 작은 방은 그의 죽음 이후 '자살자의 방'이라 불리며 임대조차 되지 않았지만 이젠 그의 장례식이 열렸던 1층 식당도 여전히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성업 중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20만 명이 찾아왔어요."
프랑스 기업 다농의 마케팅이사를 지냈던 그가 반 고흐와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 건 1985년. 라부 여인숙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다.
"사고 후유증을 극복하며 보낸 1년 동안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2,000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라고 피상적으로 알던 반 고흐의 인간적인 고뇌를 알게 된 거죠."
반 고흐에 대한 자료수집과 책 출판, 애플리케이션과 기념품 개발 등도 그가 해온 일이다. 1층 식당에는 반 고흐가 주로 먹던 식사 메뉴와 그가 압생트를 따라 마시던 컵의 디자인도 그대로 살려뒀다.
"어느 도시나 미술관에 가는 사람보다 카페에 가는 사람이 훨씬 많지요. 반 고흐 역시 많은 시간을 카페에서 보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라부 여인숙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박제로 만들기보다 카페로 유지해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게 하고 싶었어요."
현재 열리는 '불멸의 화가II:반 고흐 in 파리'전에 대해서 그는 "파리시기는 반 고흐의 색채와 화풍이 구축된 때인데 원작이 60여 점이나 걸려있어 놀랐다"며 "무엇보다 반 고흐와 가족들의 사진이 그림과 조화롭게 전시돼 화가 반 고흐와 인간 반 고흐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어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반 고흐 탄생 160주년을 맞아 '반 고흐의 꿈'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언젠가 카페에서 내 전시를 하는 것이 나의 꿈'(1890년, 동생 테오에게)이라고 적은 반 고흐의 편지글에서 착안했습니다. 전 세계 반 고흐 팬들이 십시일반해 모은 돈으로 반 고흐가 오베르 시기에 그린 풍경화 한 점을 구입해 그의 마지막 방에 걸어주려고 합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선임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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