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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63명 "나의 시는 고해요 자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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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63명 "나의 시는 고해요 자유로다"

입력
2012.11.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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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대표시를 말한다 최두석ㆍ나희덕 엮음 도서출판b 발행ㆍ333쪽ㆍ1만6,000원

요즘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만큼 시집 많이 내고 팔리는 나라도 드물다. 해외에서는 시집이 수백 권 가량 팔리는 전문 출판 분야가 된데 반해 국내에서는 발행부수 1만권을 훌쩍 넘는 시집도 꽤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적으로 시집 발행을 부추기는 문학계 분위기를 해외에서 신기하게 볼 정도다. 발표되는 시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대개가 현대미술, 현대음악만큼이나 난해하다.

신작은 제목처럼 시인들이 자신의 대표 시를 고르고, 시작(詩作)에 관한 산문을 덧붙인 앤솔로지다. 천양희, 정희성 등 원로, 중진부터 2000년대 첫 시집을 낸 신용목 김경주까지 63명의 시인들이 쓴 한국현대시사(韓國現代詩史)인 셈이다. 책을 엮은 최두석 나희덕 시인은 첫머리에 '한국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동시에 시인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종환의 '담쟁이', 정호승의 '선암사'처럼 일반 독자와 창작자가 생각하는 대표작이 같은 경우도 있지만, 시인 상당수가 독자의 기대를 벗어난 작품을 소개한다.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고 사셨으니// 자, 인사드려야지// 이 분이/ 우리 선생님이셔!'

함민복은 강화도 밴댕이축제 시화전에 쓸 시로 청탁받고 쓴 '밴댕이'를 꼽는다. 피식 웃음이 나는 찰나, 시인은 산문에서 '밴댕이 소갈딱지만 한 속으로, 소갈딱지 없는 속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부처'라는 생각을 덧붙인다. 도종환은 교사생활에서 회의를 느끼다 학교 담벼락 담쟁이덩쿨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으며 쓴 시 '담쟁이'를, 심보선은 20대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오랜 기간 '아마추어 시인'으로 지내던 시절, 터닝포인트가 된 시 '30대'를 대표작으로 꼽는다. 장석남은 근작 '물맛'을 소개하며 산문으로 자신의 시론을 펼친다.

'시는 자유이다. 시는 헐벗은 떠돌이이고 자유이다. 시의 출처는 완전한 자유이다. (…) 물맛은 어쩌면 그 자유에 관한 소박한 관찰을 노래한 시다. (…) 수평(水平)의 자세를 보라. 평화의 모양이 그러하고 정결함의 모양이 그러하고 그에 이르는 소리가 그러하다.'

한국시단에서 가장 난해한 시를 쓰는 사람 중 하나인 조연호는 세 번째 시집의 표제작 '천문'을 소개하며, 자신의 시에 관한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다.

'그것(신)은 인간이 사유로써 존재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지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멀리 가닿을 수 없는 천체를 바라보고 천체에 적힌 빛의 문양들을 읽는 일은 희망적이기보다는 운명에 놓여있는 자신을 엿본 자의 혐오와 그러한 위치에 있는 자기 확인의 고통이다.'

엮은이의 말과 달리 시인들이 덧붙인 산문으로 '시상(詩想)이 떠오르는 순간, 그리고 그 날것의 소재가 한 편의 시로 태어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세세하게 들여다'(6쪽)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경향의 시를 읽고 그 창작 배경을 알다보면 한국시를 어떤 관점에서 맛볼지, 어떤 시를 뛰어난 시로 꼽을지 감각을 단련할 수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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