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의 지난해 출산율이 1920년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9일 15~44세의 가임여성 출산율이 지난해 1,000명당 63.2명으로 출산율 집계를 시작한 19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베이비붐으로 출산율 정점을 찍었던 57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미국의 출산율은 90년 71.2명, 2007년 69.3명, 2010년 64명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퓨리서치는 그 원인으로 2007년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와 히스패닉계 여성들의 출산율 저하를 꼽았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학자금 대출 등 빚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임기 여성들이 결혼과 임신, 출산을 모두 늦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민자 출신의 출산율이 급락, 2007~2010년 멕시코계 여성들의 출산율은 23%나 떨어졌다. 퓨리서치센터의 그레첸 리빙스턴은 “이민자들 중에서도 특히 히스패닉계가 불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자들이 미국 문화에 동화돼 대가족 대신 핵가족을 선호하게 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출산율 저하로 노동자 1명당 부양해야 하는 은퇴자 수도 점점 늘고 있다. 65년에는 노동자 4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하면 됐지만 지금은 2.8명으로 줄었다. 이 속도라면 2035년에는 노동자 2명이 은퇴자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앤드루 비그스는 “출산율 저하는 사회보장제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가 출산율 급감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이민확대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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