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KT 감독은 고려대와의 대결을 앞두고 걱정이 가득했다. 스카우트로부터 고려대의 정보를 받았는데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특히 '더블 포스트' 이승현(20∙197㎝)-이종현(18∙206㎝)이 신경 쓰였다.
전 감독은 "우리보다 전력이 좋은데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승현은 막강한 힘을 갖춘 대학 농구 최고의 빅맨 중 한 명이다. 또 경복고 졸업 예정인 이종현은 올 여름 런던올림픽 최종 예선 대표팀에 뽑혀 활약했던 기대주다.
그러나 전 감독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프로 형님들이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아우들에게 한 수 가르쳤다.
KT는 3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고려대를 83-73으로 꺾었다. 이로써 KT는 3일 LG-상무전 승자와 8강에서 맞붙는다. 김현민이 2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가장 돋보였다. 3점포 3개씩을 터뜨린 조성민과 임종일은 각각 15점, 14점을 보탰다.
고려대는 아쉽게 졌지만 형님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대등하게 맞섰다. 성인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이종현은 14점 7리바운드 5블록슛으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중 두 차례 선보인 호쾌한 덩크슛이 인상적이었다. 이승현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10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T는 전반까지 고려대에 33-35로 뒤졌지만 3쿼터에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3쿼터 중반 임종일의 3점슛이 터진 데 이어 윤여권과 김현민이 연속 4점을 추가해 56-47로 단숨에 역전했다. KT의 공세에 고려대는 당황한 나머지 실책을 쏟아냈다. 분위기를 잡은 KT는 4쿼터에 김현민이 덩크슛 1개를 포함해 10점을 쓸어 담았고, 77-66으로 앞선 종료 2분30초 전에는 김현중이 쐐기 3점포로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후 "3일 밖에 손발을 못 맞춰 잘 안 맞는 부분은 있었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 만족한다"며 "리바운드에 선수 모두가 적극 가담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종현은 아직 어려 혼자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지지만 힘이 붙고 체력만 받쳐준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종현은 "항상 자신감은 있고 웨이트만 더 보충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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