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박희근 판사는 윤모(77)씨가 "북한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대신해 상속 재산 관리를 하겠다"며 낸 재산관리 신청에 대해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을 최초로 적용, 신청을 기각하고 김모 변호사를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 형제자매의 상속재산 보호를 위해서는 이미 이해관계를 갖게 된 윤씨가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돼서는 안되며 중립적 지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 주민이 상속에 의해 남한 내 재산을 취득할 경우 법원에 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도록 한 특례법의 취지는 재산의 효율적 관리와 북한으로 유출돼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향민인 윤씨의 아버지는 북한에서 결혼해 출산한 2남4녀 중 윤씨만 데리고 6ㆍ25전쟁 당시 월남했으며, 남한에서 새로 가정을 꾸려 2남2녀를 더 뒀다가 1987년 사망했다. 윤씨 아버지의 재산은 남한의 자녀들에게만 상속됐으나 윤씨는 선교사를 통해 북한에 생존해 있는 4명의 형제자매를 찾은 뒤 법원에 소송을 제기, "북한 형제자매에게 3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임의조정을 이끌어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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