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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간디·처칠··· 조울증 걸린 지도자들 위기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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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간디·처칠··· 조울증 걸린 지도자들 위기에 빛났다

입력
2012.11.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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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 중에 괴팍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성격만이 아니라 정신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른바 정상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단지 예술이나 학문의 영역에 국한된 게 아니다.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그런 비정상 때문에 비범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이 있다. (원제 'A First-rated Madness')은 그들이 정상인보다 훨씬 뛰어난 지도력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해명한 책이다.

이란 출신의 정신과의사인 나시르 가에미 미국 보스턴터프츠 의대 교수는 조증과 우울증 증세를 가진 역사 속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탁월한 능력에 주목했다. 살아 있는 사람도 그가 조울증인지, 그 증세가 그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장담하기 어려운데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을 어떻게?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증세를 감추려는 정신과 내원자보다 그의 발언과 행동에 대한 기록, 주변인물들의 증언 등만 충분히 남아 있다면 역사속 인물들의 정신병력을 진단하기가 더 쉽다고 말한다.

조울증을 가진 탁월한 지도자로 꼽은 사람은 8명이다. 미국 남북전쟁 중 북군의 장군이었던 윌리엄 셔먼을 비롯해 CNN을 설립한 테드 터너, 인도 독립운동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미국 흑인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영국의 처칠 총리다.

저자는 이들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보여준 중요한 능력으로 창의성과 현실주의, 공감 능력, 회복력을 꼽았다. 뛰어난 창의성이 비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 나올 수 있다고는 흔히 이야기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더 현실주의적이라거나 공감 능력이 높다는 것은 의외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비현실주의적이라는 것은 심리학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긍정적 착각'이라고 부르는 이런 경향은 정상인의 경우 자신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보다 상황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성향을 말한다. 하지만 우울증 경향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미래에 대한 이 같은 착각을 하지 않는다. 실패 때문에 자신이 받은 고통의 영향으로 자신의 미래나 현실 그 자체를 사실과 다르게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히틀러를 3번이나 만났던 네빌 체임벌린 총리보다 더 일찌감치 나치의 위험을 경고한 처칠이 대표적이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역시 심리학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우울 증세가 있었던 간디나 킹 목사가 새로운 정치운동을 일으켜 사회를 혁신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탁월한 공감 능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회복력이나 창의성은 활력이 높고 성욕이 끓어오르며, 일중독에다 유머 감각이 있고 사교적인 기분고조형 성격의 소유자가 갖는 능력이다. 이런 사람은 마치 바이러스백신을 맞은 것처럼, 어느 정도의 정신적 외상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강해질 수 있다. 조증의 사람이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문제가 무엇인지를 남들과 다르게 파악하고 넘치는 활력으로 지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해가기 때문이다.

저자가 '일급 광기'의 대표인물로 꼽는 셔먼 장군은 다른 북군 장군들처럼 남군을 어떻게 공격해 패배시킬까를 궁리하지 않았다. 대신 어떻게 남부인들의 사기를 꺾을까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남부 주민들에게 북쪽으로 가는 기차표 한 장씩 쥐어준 뒤 병참기지가 될 집이며 농장을 모두 초토화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히틀러도 심한 조울증을 앓았는데 왜 그는 훌륭한 지도자가 돼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저자는 그가 적절한 치료 없이 약물을 남용해 증세를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케네디가 가벼운 조증에 성욕 과잉이었지만 측근들의 도움으로 과다한 약물 사용을 막음으로써 목숨을 구하고 리더십을 향상시킨 것과 대비된다. 나아가 저자는 적어도 나라가 위기 상황일 때는, 평균 이상의 지능과 도덕관념을 가졌지만 자기과신증후군에 빠져 있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실패에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 정상적인 지도자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 속의 누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고 그것이 얼마만큼 참고가 될 수 있는지 쓴 책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조울증이라는 정신병적 증상에서 강력한 리더십의 요소를 발견해내는 시각의 독특함, 정신의학적 분석을 역사 인물 연구로 넓히는 방법의 참신함과 설득력에서 돋보인다. 리더십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조울증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게도 도움 될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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