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를 만났다. 오래전 그와 나는 서로 좋아했지만 연인이 되지 못했다. 비난으로 하는 얘기는 아닌데, 우리가 연인이 되지 못했던 것은 그녀의 세속적 욕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현재 Y의 남편은 청와대 소속 주무관이고, Y역시 실력 있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Y는 집에서는 영어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Y는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남편은 내 소설의 애독자라는 말도 했다. 한번은 신문을 보던 둘째 아이가 내 기사를 보고는 Y에게 "엄마 친구가 신문에 나왔어"라고 말했단다.
Y를 만났을 때, 그녀는 1.5리터 PET병에 매실원액을 가득 넣어가지고 왔다. 그러면서 술 먹은 다음날 먹으라는 것이다. 내가 극구 사양하고 받지 않자 그녀는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옛날 음악을 틀어주는 집에 가서 내가 오래 전 Y 앞에서 불렀던 'The Boxer'를 리퀘스트했다. 비는 오지 않았고, 술을 마시고 걸을 때 그녀의 팔과 내 팔이 살짝살짝 부딪쳤다. Y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빈한했고 몸무게는 66킬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부채는 없었다. 투명했다. 지금의 나는 가난을 지향하는 건강함의 의미를 알 것 같고 몸무게는 71킬로그램이고 약간 불투명하다. 몸무게를 예전대로 줄이면, 나는 과거의 어디쯤으로 향하고 있을까. 미래는 고독해서 잘 보이지 않고, 내일은 기온이 급강하한다고 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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