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에어로스미스, AC/DC. 평균 밴드 경력 42년. 평균 나이 예순. 영화 (1989)에서 주인공 마이클 J 폭스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던 2015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미국 음반 시장 한 구석은 아직도 1970년대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다.
1970년대 하드록의 전설들이 연말을 맞아 잇따라 새 앨범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예전 음원을 우려먹는 음반들이 아니다. 히트곡 모음집이더라도 새로 녹음한 곡들을 넣어 엄연히 '현역'임을 입증한다. 무대 위 노익장을 과시하는 라이브 앨범도 있고, 아예 신곡만 담은 따끈따끈한 새 앨범도 있다. 40년 관록의 현재 진행형 열혈 로커들이라는 자긍심이다.
비틀스와 함께 로큰롤의 양대 거목으로 불리는 롤링 스톤스는 결성 50주년을 맞았다. 칠순을 눈앞에 둔 노장들이지만 이들은 아직도 욕설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변함 없는 악동들이다. 2년 전엔 키스 리처드(68ㆍ기타)가 자서전 에서 '믹 재거의 고추는 작다'고 써서 두 사람이 대판 싸운 적도 있다. 이들은 50주년을 기념해 신곡 두 곡을 포함한 50곡을 담은 베스트 앨범 'Grrr!'를 최근 발표했다. '50주년 기념 미니 투어'도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 두 차례 치렀고, 이달 중순 미국에서도 두 차례 공연한다.
재거와 리처드처럼 수십 년간 싸우고 화해하는 커플(?)이 또 있다.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64ㆍ보컬)와 조 페리(62ㆍ기타)는 타일러가 2010년'아메리칸 아이돌' 출연 결정을 하면서 결별 위기까지 갔다. 페리가 "'닌자거북이'만큼 형편 없는 짓"이라며 타일러의 심사위원 출연을 비난한 게 발단이다. 결국 두 사람은 타일러가 심사위원 자리를 떠나면서 극적으로 화해했고 최근엔 새 앨범도 냈다. 2004년 리메이크 앨범을 제외하면 11년 만의 신작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5위까지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레드 제플린은 두 팀에 비하면 사이가 돈독한 편이다. 1980년 팀 해체 후 각자의 길을 갔기 때문이다. 가끔 재결합 공연을 하긴 했지만 밴드는 여전히 휴면 상태다. 최근 발매된 앨범 '셀러브레이션 데이'는 2007년 런던 공연을 담았다. 음원이 5년간 창고에 묵혀 있었던 건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68)가 앨범 발매에 난색을 표하며 믹싱 작업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탓이다. 앨범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뜨겁다. 영국 BBC는 "레드 제플린의 힘과 영광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앨범"이라고 극찬했다.
AC/DC는 앞의 세 밴드에 비하면 새파랗게(?) 젊은 팀이다. 최고참 롤링 스톤스보다 11년 뒤인 1975년 데뷔했다. 앵거스 영(57)과 말콤 영(59) 두 형제 기타리스트가 이끄는 AC/DC는 별로 다투지 않고 37년간 하드록의 지존으로 군림해 왔다. 레드 제플린처럼 밴드 멤버의 사망으로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힘든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갔다. 이들이 최근 발표한 '라이브 앳 리버 플레이트'는 'AC/DC 라이브' 이후 20년 만에 낸 라이브 앨범이다. 3년 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실황을 담았다. 거장의 위엄을 보여 주는 명불허전의 앨범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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