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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프랑스산 추력제어기에 '발목'…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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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프랑스산 추력제어기에 '발목'…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입력
2012.11.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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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조절 핵심 전자부품에 전류 너무 많이 흘러 중단나로호 1,2단 분리해 전기제어박스 재설치 필요연료 빼고 해체 시간 감안땐 12월 1일 지나서야 문제 파악발사기한 5일까지는 촉박

29일 발사예정시각인 4시까지 16분을 남긴 순간. 모두가 숨죽이며 나로호가 힘차게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로호 발사를 지휘하는 발사통제동에는 '발사중지'표시가 떴다. 이번에 발목을 잡은 건 로켓 상단부. 로켓의 방향과 자세를 잡는 '추력방향제어기(TVCㆍThrust Vector Control)'였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TVC는 고체 연료(킥모터)를 사용하는 2단(상단) 로켓 아래 깔대기 모양 노즐의 방향을 조절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추진 기관에서 발생하는 분사가스의 방향과 세기를 조정함으로써 로켓의 진행 방향을 통제한다. TVC 점검 과정에서 과전류가 흐르는 등 신호 이상이 감지된 것이 발사중지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들은 합동회의를 가진 후 정밀조사를 벌여 향후 일정을 정하기로 했지만 올해 안에 나로호를 다시 발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정밀 검사 결과, 단순한 전기신호(전류) 이상이 아니라 부품에 커다란 하자가 드러날 경우 관련 국제기구에 통보한 발사예정기한(12월 5일)까지 재발사는 불가능한데다 이후에도 대통령 선거가 있고 동지가 낀 12월 하순엔 발사 가능 시간대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나로호 전체 시스템 문제일 수도

로켓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데는 크게 2가지 방식이 있다. 엔진 분사방향은 그대로 두고 날개를 이용해 방향을 바꾸는 '공력 제어'와 로켓의 분사 추진 방향 자체를 바꾸는 '추력 제어'가 바로 그것. 추력 제어는 엔진 노즐의 분사 방향을 바꾸는 방식인데, 나로호가 이를 채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사용했던 V-2 미사일 등 구식 로켓은 공력 제어만 사용했다. 하지만 현대 로켓은 추력 제어를 이용하거나 두 방식을 동시에 쓰는 추세다.

이번에 문제된 나로호 2단(상단)에 있는 TVC는 1단(하단) 분리 후 인공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키는 데 필요하다.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려면 로켓이 미리 계산된 고도와 시각에 방향과 속도를 정확히 맞춰 진입한 뒤 위성 분리까지 끝내야 한다. 이 때 TVC가 필수적 역할을 한다.

TVC를 가동하려면 펌프를 통해 유압을 만들어야 하는데, 펌프를 조절하는 전기제어박스에서 갑자기 수백 밀리암페어(㎃ㆍ1,000분의 1A)의 전류가 더 소모되는 현상이 발견돼 발사를 중단했다는 게 항우연의 설명이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TVC의 전자소자에 문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부분을 고쳐 전기제어박스를 다시 설치하려면 나로호 1단과 2단을 분리해야 하므로 결국 처음부터 발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설명과정에서 조 단장은 TVC부품이 국산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프랑스 제품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조 단장은 또 "28일부터 이틀 간 4차례에 걸쳐 TVC에 관련한 실험을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겨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테스트할 때 멀쩡하던 부품이 발사를 코앞에 두고 문제가 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독립적인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면 나로호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도 연내 발사엔 회의적

나로호는 연내 재발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된 TVC 정밀조사에 걸리는 시간과 나로호를 다시 발사조립동으로 옮긴 뒤 점검하고 다시 세우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발사 예정기한 안에 재발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로호에 주입된 연료(케로신)와 액체산소를 모두 빼려면 액체산소는 온도가 영하 183도로 매우 낮아 나로호를 하루 정도 외부에서 데워야 한다. 또한,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겨 놓더라도 상단과 하단(1단)부 해체작업에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일러도 다음달 1일이나 돼야 문제의 TVC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부품 교체에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번 발사 예정시한을 넘긴다면 무리하게 올해 안에 재발사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도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기고 상ㆍ하단을 분리하는 작업 시간을 고려해 다음 달 1일부터 문제 해결작업이 가능하다"며 발사 예정시한(12월 5일) 이내 재발사가 어렵다는 뜻을 표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도 연내 발사 가능성에 대해 "3차 발사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시기를 잡는 게 중요하고, 러시아와 협의도 필요하다"며 연내 발사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또한 재발사일이 다음달 5일 이후가 될 경우 대선(12월 19일)이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12월 2~6일에는 나로우주센터 주변 지역에 비나 눈이 오는 날이 많으리라는 기상예보로 재발사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나로우주센터(고흥)=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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