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울산), 하대성(서울), 백종환(이상 27ㆍ강원)은 소문난 절친이다. 만수북초등학교와 부평동중, 부평고를 거치며 축구 선수의 꿈을 함께 키웠다. 삼총사가 2012년을 모두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누구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고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를 거치며 고락을 같이 했던 세 사람은 2004년 부평고를 졸업한 후 각자의 길에 나섰다.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올해는 부평고 졸업 이후 9년 만에 삼총사 모두가 함박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됐다.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 최종 후보에 오른 이근호는 28일 시상식이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한국시간 오후 8시에 시작된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설레는 마음을 밝히며 가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가족과 함께 하대성과 백종환을 꼽았다. 세 사람이 나눈 우정의 깊이가 가늠되는 장면이다.
같은 시간 백종환은 강등권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3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한 백종환은 전반 43분 지쿠가 내준 패스를 오른발 슛,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백종환의 골을 끝까지 지키며 1-0으로 승리한 강원은 광주가 대구에 0-2로 패배하며 다음 시즌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이근호, 하대성에 이어 백종환이 올 시즌 목표를 이뤄내는 순간이었다.
이근호는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랐다. 1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품에 안는 우승 트로피였다. 이근호는 인천에서 활약하던 2006년 2군 리그에서 우승한 것을 제외하고 프로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첫 우승의 기쁨도 큰 데 MVP의 영예까지 안았다. 2012 AFC 어워드에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맞았다. 대표팀에서도 붙박이로 활약했다. 최고의 해다.
하대성은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의 K리그 정상 정복을 지휘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시즌을 앞두고 완장을 내밀 때, 하대성은 당황했다. 주장을 맡아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대성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의 임무를 완수해내며 21일 열린 제주와의 정규 리그 41라운드에서 조기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피날레 장식은 백종환의 몫이었다.
이근호와 하대성은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 그늘에 머물렀다. 하지만 백종환에 비하면 이들이 겪은 무명 생활은 약과에 불과하다. 인천대를 졸업한 백종환은 2008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백종환의 프로 초년도 혹독했다. 벤치를 덥히던 끝에 2010년 강원으로 이적했다. 올 시즌 들어 붙박이 자리를 꿰찼지만 팀 성적이 곤두박질하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백종환은 백척간두에 몰린 팀을 구해내는 결정적인 한방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무명 미드필더 백종환이 강원의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근호와 하대성, 백종환 모두에게 2012년은 모두가 빛난 해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쿠알라룸푸르=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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