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확대정책을 펼치는 사이 일반계고의 학업성취도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1,354개 일반계고의 국어ㆍ영어ㆍ수학 학교향상도는 전년보다 0.02%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0.02% 향상됐었다. 학교향상도는 입학생의 성적을 토대로 학교별 기대점수를 매긴 뒤 실제 성취도점수와 차이를 비율로 산출한 것으로, 학교의 교과교육 효과로 볼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0.02% 정도의 등락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일반계고는 매년 평균적인 학력향상 수준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사고는 학교향상도가 계속 상승해 일반계고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민족사관고 같은 광역형과 이화여고 등 지역형을 포함한 전국 51개 자사고는 학교향상도가 1.18% 올라, 지난해(0.92%)보다 더 증가했다. 자사고는 수업 중 국ㆍ영ㆍ수 비중(1학년 기준)이 47.9%(인문계열 기준)로 일반계고보다 4.8%포인트 높다. 자율교육의 목표는 사라지고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데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해 학업성취도 결과를 발표하며 "자사고가 더 잘 가르친다"고 했다. 더구나 자사고 등록금은 한해 평균 400여만원으로 일반고의 3배이고, 기숙사비 등을 합치면 한해 최대 1,000만원이 들어 서민가정은 진학이 어렵다.
자사고는 내년 신입생 모집 학교가 49개로 줄었고, 이중 16개교는 미달일 정도로 공급과잉이다. 또한 중위권 학생들을 상당수 자사고에 뺏기는 일반계고 교육현장도 고통 받고 있다. 서울 B고 이모 교사는 "외고를 가려다 떨어져 오는 최상위층과 하위층은 있는데 중간성적의 학생들이 줄면서 수업하기가 힘들어졌고, 교우관계에도 영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56개 특수목적고는 지난해(-1.03%)에 이어 올해에도 0.53% 떨어졌다. 특목고는 워낙 상위권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력을 더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
고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충북ㆍ울산(각 1%), 대전(1.2%) 순이다. 서울은 4.8%로 가장 높았다. 고교 학교향상도 100위 학교는 대전(27%), 충남(21%), 경북ㆍ충북(13%) 순으로 많이 포함됐다. 지난해는 대전, 광주, 충남 순이었다.
2년 연속 학교향상도 20위 안에 포함된 학교는 8곳이다. 충북 충주중산고, 충남 목천고 정산고 대천여고, 전북 마령고, 전남 영흥고 봉황고, 대전 한빛고 등이다. 특히 3과목 모두 연속 20위권에 들어간 목천고는 대다수 입학생이 200점 만점에 30점 미만인 학교지만, 시(詩)쓰기, 바른품성 운동 등 인성교육과 함께 교직원이 노력해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교과부는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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