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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놀아요" 대중과 소통 나선 석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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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놀아요" 대중과 소통 나선 석학들

입력
2012.11.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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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남자(A)와 보통 남자(B), 인기 있는 여자(a)와 보통 여자(b) 네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중매쟁이라면 어떻게 짝을 지어주는 게 좋겠습니까?"

무대에 선 강연자가 이렇게 질문하자 객석의 여기저기서 손을 올라간다. 한 대학생이 "인기 남녀, 보통 남녀(A-a, B-b)끼리 연결해줘야 서로 만족감이 높을 것 같다"고 하자, 중년 남성이 "그럼 보통 남녀(B-b) 커플은 서로 불만이고, 헤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둘 중 한 명이라도 만족시키기 위해 A-b, B-a가 더 바람직하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관객들 의견도 반반 갈렸다. 강연자가 "두 경우 모두 2명은 만족하고, 2명은 불만이지만 누구나 수긍할만한 답이 있다"고 했다. 궁금증을 참다 못한 관객들의 원성이 커지자 강연자는 "사회적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A-a, B-b로 맺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을 말했다.

이유가 뭘까. 인기남(A)이 보통녀(b)와 연결되면 A는 b보다 더 매력적인 인기녀(a)에게 한 눈을 판다. 보통남(B)과 연결된 a도 B보다는 A에 더 끌린다. 따라서 A와 a가 눈이 맞아 바람을 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기남녀(A-a), 보통 남녀(B-b)끼리 연결되면 불만족스러운 남(B)과 여(b)가 한 눈을 팔 수 있지만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인기남(A)과 여(a)는 바람을 필 가능성이 없다. 명쾌한 설명에 여러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대중에게 수학의 재미를 알리기 위해 무대에 섰다. 주인공은 국내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정교수로 임용된 김민형(49) 포항공대(POSTECH) 석좌교수와 2014년 한국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형주(48) 포항공대 수학과 주임교수. 이들은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터파크 아트센터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과 일반인 420명을 초대, 수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수학토크콘서트 'KAOS(knowledgs awake on stage)'를 개최했다.

앞선 중매 게임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탄 '걔일-섀플리 알고리즘'의 핵심 개념이다. 김 교수가 "이 개념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배정할 때, 장기기증자와 환자를 연결해줄 때 등에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강연을 들은 송서연(16)양은 "문제풀이만 하는 줄 알았던 수학이 정말 재미있고 실생활에 많이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인터파크 이기형(49) 회장이 서울대 82학번 동기로 알고 지내던 박 교수, 김 교수와 이공계 기피현상 문제를 얘기하다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수학이 얼마나 유용한 지 대중에게 알리는 콘서트를 열자"고 제안해 마련된 자리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수학을 배울 때 동기부여가 되는 재미있는 내용이 부족한 것 같다"며 "우리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 박 교수는 앞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수학토크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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