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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문맹 양산하는 불친절 금융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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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문맹 양산하는 불친절 금융 인프라

입력
2012.11.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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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문맹 해결 없인 금융민주화도 요원”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각종 소비자 보호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의 금융 접근을 가로막는 정보 차별의 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되레 ‘금융문맹’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공급자 시각에서 난해한 설명과 이해를 강요하는 고질적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금융민주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8면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의 소비자 보호 강화 분위기와는 달리, 금융사 편의 위주로 작성된 각종 금융 약관과 금융상품 비교공시 등이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행 중인 은행ㆍ보험ㆍ카드ㆍ증권 등 업권별 비교공시의 경우, 정보를 표현하는 용어가 난해한데다 비교대상도 형식적이어서 소비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암호문 같은 용어로 가득 찬 금융 약관도 마찬가지다. 상품 구입 때마다 ‘반드시 약관을 참조하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만 읽어도 모르는 용어가 대부분인데다, 금융사들의 영업을 규정하는 약관이 여전히 금융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말로는 ‘상품 가입이나 상담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지만 노인, 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에겐 아예 전문가를 접촉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학생들의 금융이해도 또한 근 10년째 낙제점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금융소비의 당사자인 일반 국민의 금융이해도 조사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갈수록 금융상품의 온라인ㆍ비대면(非對面)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 소비자의 금융 접근도가 낮은 상태에서 온라인 판매만 늘릴 경우, 금융문맹 현상과 불완전판매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방대한 금융용어와 소외계층 접근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기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 송민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창한 금융감독 시스템 논의도 좋지만 지금 같은 금융 인프라에서는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개선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금융문맹

글을 모르는 문맹에 빗대, 현대인의 금융 무지 현상을 나타낸 말.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인의 금융문맹’을 꼽았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이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해 더 무섭다”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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