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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모르는 비교공시

입력
2012.11.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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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성모(34)씨는 저축성 변액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며칠째 컴퓨터 화면 앞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업그레이드됐다는 생명보험협회 상품 비교공시 사이트를 훑고 있지만 좀체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다.

수익률이 궁금해 해당 메뉴를 쳐보니 ‘공시된 과거 수익률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말로 먼저 김을 뺀다. 공시되는 유형도 ‘40세 남자’, ‘60세 남자’ 등 대표유형뿐이어서 34세인 자신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소한 용어가 많아 용어사전까지 클릭해 봤지만, ‘특별계정’ ‘스텝업 보증’ 같은 전문용어는 대부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성씨는 “결국 자세한 내용은 설계사에게 문의하라는 식”이라며 허탈해했다.

금융당국은 벌써 수년째 각 금융사, 업종별 협회 등과 함께 금융상품 비교공시 확대에 힘쓰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여러 상품의 장ㆍ단점을 비교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취지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예금ㆍ대출 금리나 펀드 수수료처럼 비교적 단순한 정보는 그나마 어렵지 않게 비교할 수 있지만, 보험 가입에 필수적인 사업비나 장기수익률 비교 등은 지나치게 전문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년 넘게 보험 업무를 담당한 금융당국 고위공무원조차 “내가 봐도 어떻게 찾아야 할 지 모를 때가 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주식투자에 필수적인 공시도 마찬가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 A사의 분기보고서 ‘사업내용’에는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Enterprise Mobility), 모바일 커머스(Mobile Commerce) 등 전문 사업분야가 별도 설명 없이 알파벳으로만 쓰여져 있다. 공시를 통해 회사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투자자로선 일일이 전문용어까지 뒤져봐야 하는 셈이다.

비상장업체 B사의 감사보고서는 순우리말과 조사를 뺀 나머지 용어가 모두 한자로만 적혀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은 투자자에게 즉석 평가를 의뢰했더니, “누구를 위한 글인지 작성 의도를 모르겠다”(26세 대학생), “한자를 몰라 읽기조차 어렵다”(41세 고졸 자영업자), “한글로도 어려운 회계용어를 한자로 써야 하나.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려울 것”(50대 대졸 금융사 간부)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소비자나 투자자를 위한 정보라면 그들에게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여전히 금융사 위주로 짜여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근정 인턴기자(숙명여대 국문학과 4년)

최영지 인턴기자(숙명여대 통계학과 4년)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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