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가족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한다. 지난달 22일 TV 토론회 이후 처음 이뤄지는 두 사람의 만남이다. 대선 승자가 패자를 찾거나 초청해 국민에게 정치적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미국 정치의 전통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평화로운 권력 이양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 제스처"라고 말했다. 롬니 측은 "롬니 전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관대한 초청을 기쁘게 수락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재정절벽 협상을 앞두고 있어 이번 오찬 회동에서 오바마가 롬니에게 이문제의 해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구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6일 재선에 성공한 직후 시카고에서 열린 당선 수락 연설에서 롬니와 만나 현안 타개를 위한 아이디어를 듣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재계 활동 경력이 있는 롬니에게 상무부의 공직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나 카니 대변인은 오바마가 그런 구체적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롬니는 이번에 워싱턴을 방문하는 길에 대선 러닝 메이트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원도 만나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복귀할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롬니가 맏아들 태그가 세운 보스턴 소재 벤처캐피털인 솔라미어캐피털의 선임고문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대선 이후 승자와 패자가 만나는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 근소한 차로 패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의 플로리다 자택을 방문한 게 처음이다. 거센 비난전 속에 진행된 64년 대선에서 승리한 린든 존슨 대통령이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를 찾지 않은 것을 빼면 이 전통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2008년 선거 직후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만나 이 전통을 지켰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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