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나라 대접을 받지 못하던 팔레스타인이 마침내 유엔에서 정식 국가 자격을 인정받을 전망이다. 유엔이 인정한 단체(entity)에서 국가(state)로 지위가 격상되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위가 현재의 '비회원 옵서버 단체'에서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격상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미 유엔 193개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지위 격상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고, 그 동안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유럽 국가의 상당수가 최근 찬성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비회원 옵서버 국가는 유엔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에서 회원국 다수결 투표로 승인된다.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칠 필요가 없어 지위 격상을 반대하는 미국 등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옵서버 국가가 되면 유엔에서 엄연한 주권국가로 인정받는다. 유엔 총회 표결권은 없지만 자국 판단에 따라 정식 회원국이 되기 위한 신청을 할 수 있다. 스위스가 1948년부터 2002년까지 옵서버 국가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바티칸이 유일한 옵서버 국가다.
팔레스타인의 옵서버 국가 승격이 이런 상징적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 및 기타 국제기구에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고 이론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수도 있다. 나아가 비인도적 범죄를 단죄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가입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전범 혐의로 ICC에 제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이 옵서버 국가 지위를 지렛대 삼아 ICC에 진출, 팔레스타인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실제 ICC가 이스라엘을 전범으로 규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상당히 성가신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대세가 이미 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운 것을 고려해 지위 격상을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대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강도 높게 대응할 것"이라고 28일 공언했다.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인정받으면 지위 격상을 주도해온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개인에게도 정치적 승리로 간주될 만하다. 최근 압바스(파타당)의 라이벌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교전 중 이스라엘에 맞서며 민심을 얻는데 성공한 점을 감안하면 압바스 수반은 유엔에서 거둔 성과를 통해 건재를 과시할 수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 대신 유엔 우회 전략으로 국가 자격을 인정받는 팔레스타인이 잃는 점도 있다. 실질적 독립국가 지위를 얻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미국과 이스라엘의 뜻을 거스르고 달성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팔레스타인 독립이 상당 기간 지연되는 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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