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에서 남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기에 불리하다는 통념과 반대로 남녀공학 고교가 여학생의 수능 성적을 더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구에는 이미 확립된 연구결과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남녀공학이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2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6회 한국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2011년 고교를 졸업한 6,900여명을 분석한 것이다.
우선 외국어고, 특성화고 등 고교 특성에 따른 성적 차이를 배제하고 분석한 결과, 남녀공학 여학생은 여고 여학생보다 수능 표준점수에서 언어 4.8점, 외국어(영어) 6.3점, 수리 4.7점이 낮았다. 남녀공학 남학생은 남고 남학생보다 언어 1.1점, 외국어 1.2점, 수리 1.7점이 뒤졌다.
출신 중학교의 사회ㆍ경제적 지위(부모의 평균 직업ㆍ학력) 등 출신중학교 변수도 제거해봤다. 남녀공학 여학생은 언어 4.3점, 외국어 6.7점, 수리 6.1점이 더 낮았고, 남학생은 언어 2.8, 외국어 2.7점, 수리 3점이 낮았다.
여기에 고교 입학 전 가정배경 및 학업성적의 영향까지 배제하자 남녀 구분 없이 남녀공학 학생들은 남고ㆍ여고에 비해 언어 2.4점, 외국어 4점, 수리 4점이 낮았다. 김 연구위원은 "고교 입학 전 특성이 수능 성적의 차이에 미치는 영향은 언어ㆍ외국어 40%, 수리 30% 정도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평준화 지역 일반고만으로 분석대상을 좁혀봤다. 남녀공학 여학생은 여고 여학생보다 언어 3.8점, 외국어 5.8점, 수리 5.5점이 뒤졌다. 그런데 남녀공학 남학생은 수리를 제외하고 언어, 외국어에서 오히려 남고 학생보다 0.9점, 0.2점씩 수능 표준점수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남학생의 경우 점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남녀공학 학생들은 휴대폰 통화 및 문자 시간, 컴퓨터 채팅 및 메신저 이용 시간, 개인 홈피 및 블로그 관리 시간 등이 더 길고 이런 점이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왜 여학생의 성적이 더 떨어지는 것일까. 김 연구위원은 "중학교는 여학생의 인지적ㆍ신체적 발달이 남학생보다 앞서 학습 및 학교생활에서 주도적이지만, 고교부터 역전된다는 서구의 연구결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고 여학생들이 남녀공학 여학생들보다 수리ㆍ과학 선택 비율이 높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남녀공학 여학생은 과학 등의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일반고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남녀공학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능성적이 더 하락하는 것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이는 변인을 통제하지 않은 착시 현상일 수 있다. 김희삼 연구위원은 "남녀공학에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남학생이 지원하는 경향이 있어 단순 비교하면 남녀공학 남학생의 수능성적이 가장 낮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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