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규제 강화산업자본, 은행지분 한도 축소금감원 기능 분리 등 두 후보의 공약 대동소이가계부채 경감朴, 18조 국민행복기금 설치文, 이자제한법 등 규제 약속부동산 대책朴, 행복주택 공급 프로젝트 수요관리 정책과 병행文, 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 균형 통해 주거안정 도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재정ㆍ금융, 가계부채, 그리고 부동산 분야의 공약은 모두 서민경제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후보의 공약은 큰 틀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문 후보 쪽이 다소 구체적인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정ㆍ금융 분야에서 두 후보 모두 금산분리 강화, 집중투표제 및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통한 소액주주 역할 강화, 금융감독원 개혁 등을 공약했으며, 특히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해 두 후보 모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감독원 개편 문제를 놓고 두 후보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능과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상충되는 측면을 고려해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후보는 여기에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현행 15%에서 최종 5%까지 제한하고, 금융계열사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박 후보는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조세와 재정정책을 통해 소득 분배를 적정하게 유지할 것을 공약했다.
문 후보의 경우 금융민주화, 금융감독체계 혁신 및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보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박 후보와 유사한 공약 외에도 문 후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 혁신 및 자율성 보장, 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등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법제 정비 계획을 천명했다. 또 '신용기회 차별금지'의 법제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금융 애로를 해결할 '신용중재센터'를 설립하고,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폭발력이 큰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경감과 관련, 두 후보 모두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 경감을 위한 3대 원칙으로 ▦채무자 지원은 자활 의지가 있는 경우로 한정 ▦금융회사도 손실 분담 ▦선제적 대응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경감 등을 꼽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박 후보는 최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고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저금리 장기상환 은행대출 전환을 장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의 신용 회복 지원과 불법 추심으로부터의 채무자 보호, 대학생 학자금 대출 부담의 대폭 경감, 개인 '프리 워크아웃제도' 확대 등의 구체적인 수단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공약대로 가계 빚을 정부가 탕감해주고 채무자의 감면률을 높여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문제, 그리고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박 후보는 세부적 해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가계부채 해소 분야에서도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 더 많은 지원과 규제를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등 '피에타 3법' 도입과 이자율의 상한을 25%로 인하, 서민금융 위축 방지를 위한 10%대 대출시장 육성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부 공약의 기대 효과가 얼마나 날지는 의문이다. 특히 문 후보의 공약대로 정부가 이자율을 일방적으로 하향 제한할 경우 대부업체는 추심 비용 등을 통해 그 부족분을 메우려 하거나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아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역효과 발생이 우려된다.
문 후보는 또 사회 투자기금 2조원 조성 약속과 더불어 우리금융 민영화 시 지방은행 분리매각 추진, 지방은행 없는 지역의 지방은행 설립 지원,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조합형 금융회사가 지역경제 선순환 및 서민자조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전세가격 급등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당장 살 집을 구하기 힘든 렌트푸어들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으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 몰린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경쟁적으로 대책을 쏟아냈다.
박 후보의 부동산 대책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집주인 세제지원', '일부 지분 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현행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 등 수요관리적 금융·재정정책과 '행복주택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공급지향적 정책의 추진으로 요약된다.
특히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 대지를 조성하고 그 곳에 아파트, 기숙사 등의 상업시설을 건설, 40년간 장기임대 후 리모델링 해 재임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복주택 건설에는 매년 2.46조원, 총 건설 공사비 14.7조원(6년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대부분 국민주택기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자가주택-공공임대-민간임대의 균형을 통한 주거 안정 실현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택대출의 고정금리화 및 장기대출화, 2018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 10%까지 확대(연간 12만호),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도 도입, 대학생 등 주거 취약 1인 가구를 위한 공공 원룸텔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또 도시재생 사업을 국책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방도시의 재생과 뉴타운 등 주거환경개선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두 후보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정·금융 분야는 주로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는 주로 정부 재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의 이들 분야의 정책 공약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을 추정해보면 가계부채 경감과 부동산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최소한의 공공재원 투입을 예상하고 있으나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문 후보의 공약은 상대적으로 많고 구체적이지만 이의 실행을 위해서는 당연히 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정책 의지 측면에서는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모두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공약의 적절성 측면에서는 문 후보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었고 공약의 실현가능성 면에서는 박 후보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누구도 빚을 스스로 갚으려 하지 않거나 자신의 경제력을 벗어나는 주거 형태를 추구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대표 집필: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