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SH공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이디어로 서울시 신청사 로비에'은평뉴타운 분양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분양상담실의 등장은 서울시가 SH공사의 막대한 부채를 줄이려고 은평 뉴타운과 마곡지구, 송파구 문정지구 미래형 업무용지 및 가든파이브 지역 등에서 총력을 펼치고 있는 '미분양과의 전쟁'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속에서 시장 수요를 이끌려면 지역별 맞춤식 분양전략과 과감한 가격인하 정책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기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일열기'높은 은평 뉴타운, 반짝 효과로 그치나
28일 SH공사에 따르면 은평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 615 세대 중 48%에 달하는 294 세대에 대한 분양 및 전세 신청이 완료됐다. 최근 박시장이 은평 뉴타운에 현장 시장실을 운영한 뒤 SH공사가 아파트 분양가를 최대 2억원까지 할인해 주는'파격'정책을 내놓자 지난 3년간 쌓여온 미분양 가구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분양계약을 한 가구는 24세대에 불과하다. 분양 조건부 전세 계약자가 244세대이다. 결국 이들의 실제 분양 여부는 전세기간이 끝나는 2~4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교통난과 상업시설 미비 등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국 이번'가격인하'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목표미달로 끝난 마곡산업단지 1차 분양
서울시는 28일 마곡산업단지 1차 분양에서 대우조선해양과 롯데제과 등 대기업 4개사와 에어비타 등 중소기업 3개사 등 모두 7개사가 신청했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신청한 7개 필지의 총 면적은 8만7,035㎡로 당초 목표치인 39개 필지, 22만224㎡의 39.8%에 불과하다. 전체 산업용지 72만 8,402㎡ 기준으로는 12% 수준으로 서울시로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내달 말까지 진행될 2차 토지분양 전망은 더욱 암담하다. 현재까지 6개 기업만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로, 향후 분양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LG그룹이 첨단연구개발(R&D)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해 요청한 23만192㎡의 부지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3만3,589㎡의 부지만 배정한 서울시 정책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서울시가 마곡지구와 한강을 연결하려던 워터 프론트 사업이 취소되고 중소ㆍ벤처기업 위주로 정책을 바꾸면서 마곡지구에 대한 시장의 매력이 크게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미분양 대책 약발 약한 문정지구
박 시장이 지난달 직접 방문해 정책 프로그램을 진행한 가든파이브는 실제 분양률이 이달 말 현재 50%대로, 서울시와 SH공사는 미분양 물량 해소방안 마련에 골몰해 있다. SH공사의 관계자는"상가 8,360개 가운데 절반 정도만 분양된 상태"라며"나머지 물량은 상가 배치와 업종 변경 등의 종합 대책을 마련한 뒤 재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문정지구 미래형 업무용지 매각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최근 실시한 업무ㆍ상업 용지 입찰에서 29개 필지 중 9개 필지만 팔렸다. 그 동안 장기간 미분양 상태였던 문정지구 업무용지는 이번에 서울시가 필지를 쪼개 매각함에 따라 그나마 9개 필지가 팔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 선별적으로'알짜배기'용지만 팔려 나머지 땅의 매각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서울시가 시장의 요구와 현실에 맞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마곡ㆍ문정 지구의 용지 분양이 장기간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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